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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없는 서스펜스/결혼이라는 불가능한 미션 - 미션임파서블 3 (2006) 리뷰

2007. 10. 6. 05:21  |   리뷰  |   키노씨

#. 스포일러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다지 스포일러가 많을 것 같진 않지만요. 이 영화는 솔직히 스포일러를 말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썼던 글을 추고(주로 축약, 부분 보충)해서 등록합니다.



1. 맥거핀 - 토끼발

가장 벙찌는 건 영화사상 가장 놀라울 만큼 뻔뻔한 맥거핀이 등장한다는 거다.
그건 말할 필요도 없이 '토끼발'이다.
 
맥거핀이란 무엇인가?
이건 아주 옛날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에서 정성일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 때 나는, 그리고 많은 우리들은 '열혈청취자'였고, 정성일의 영화이야기들은 거의 '녹음'해서 듣곤 했다.
그 때 맥거핀이야기를 살짝 들려준 영화는 <바톤 핑크> 혹은 <트윈픽스 - TV판>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요상한 상자를 들고 한 사내가 버스를 탔다. 그 상자를 궁금하게 쳐다보던 다른 한 사내가 물었다.

사내 1 : 저, 실례지만, 그 상자 안에는 무엇이 있나요?
사내 2 : 아, 이 상자 안에는 맥거핀이 있습니다.
사내 1 : 맥거핀이요, 그게 뭔데요?
사내 2 : 아, 네. 맥거핀은 스코틀랜드 지방에 사는 새죠.

그런데 스코틀랜드에는 그런 새는 살지 않는다. -_-;
어떤 이야기를 구성하고, 진행시키기 위해서 도구적으로 등장하는 소품이 바로 맥거핀이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관객들과 등장인물들을 '엮는'(말 그대로 엮어내기 위해서!) 매개체인 거다.
위 <바톤 핑크>에서의 상자, <트윈 픽스>에서의 '로라 팔머'가 이를테면 맥거핀이다.
그것들은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을 만들어내지만, 사실은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맥거핀을 자주 활용한 대표적인 감독은 그 위대한 히치콕이라고 한다.
 

2. 맥거핀, 그리고 이야기 없는 서스펜스


[미션임파서블3]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야기 없는 서스펜스의 경지에 올라선 영화다. 이건 비판이면서 놀라움이다. 이 영화에는 어떤 이야기도 없다. 다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매개인 '토끼발'(차라리 '오리발'이라고 부르고 싶다.)만이 있을 뿐이고, 그 토끼발을 중심으로 인물들은 엮이고, 사건은 전개된다(실은 사건이라고 할만한 그 내적 갈등들은 그저 드라마 얼개를 간신히 구성하면 족한 수준이다). 

이건 순결한 의미의 엔테테인먼트를 구현하고 있다.
그 안에서 그저 활동사진으로서의 쾌감을 그 극단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영화다.
대다수의 관객들은 마치 초창기 성룡 영화에서 느끼는 그 '순수한 활동사진'의 쾌감을 이 영화에서 다시 향수처럼 느낄 수도 있으리라. 놀랍지는 않지만, 그래도 볼만한 이미지들이 그 안에서 뛰어놀고 있다.

[미션 3]의 미덕(?)은 자신이 하는 이야기가 황당무계한 거짓이며, 그저 유치찬란한 픽션일 뿐임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철학이나 정치, 그리고 인간실존에 대한 심오한 성찰을 경험하고 싶은 관객들이 없다는 걸 영화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멍청한 만큼이나(이렇게 많은 돈을 쏟아 붇고서도 아무런 비전도 없이 영화를 그저 놀이로만, 유희로만 접근한다는 점에서), 똑똑한 영화다(산업으로서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그 심미안을 이토록 성실하게 파악하고, 분석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미션 3]는 [미션 1]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재현과 기억'으로서의 현실과 픽션에 대한 (수박 겉핥기식이긴 했지만) 성찰과 [미션 2]에서 간혹 보여준 액션 미장센에 대한 고민도 없다. 다만 여기엔 순결무구한 재미와 활동사진의 쾌감과 다음에 이야기할 '가족드라마'의 정감이 있는거다.

그러니까.. 이건 대박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온갖 대박 요소들이 모두 있는거다.
물론 대개의 경우, 이런 대박요소들만으로도 흥행이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3. 가족드라마, 가장 불가능한 미션으로서의 결혼


이단(탐 크루즈)의 동료들은 이야기 한다.
"우리 같은 직업(특수요원-_-;)에 결혼은 어울리지 않아"

그런데 (어떤 설득력있는 사연은 등장하지도 않은채로) 이단은 결혼을 선택하고, 이제 그 결혼의 위기가 찾아온다.
물론 그것은 내부에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고, 결혼이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진 자가 결혼을 '욕심'내는 순간 찾아오는 필연적인 귀결로서의 '위기'다. 그것은 외부의 위기이다.

그 결혼은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그걸 해결하는 방식은 '가족주의'다. 이단과 동료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보호하며, 그것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승리하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영화는 보여준다.
물론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한 여자가 있으니... !!! (으메 불쌍한 거)

그 여자는 가족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 희생되는 일종의 희생양이다.
그 여자와 이단의 불륜을 묘사하는 장면들과 대사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것이 불륜이든, 혹은 낭만적인 바람이든, 그 여자는 죽어야 한다. 그리고 죽는다.
그 죽음을 희생양 삼아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나아갈 수 있는거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불가능한 미션 중의 하나인 행복한 '결혼'에 이단은 골인한다.

하지만 그 결혼은 이야기 없는 서스펜스의 허구성 만큼이나 허구적이다.
이 영화에서 결혼이란 그야말로 가장 '불가능한' 미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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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건적 희생양, 가족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누군가 죽어야 한다.


미션 임파서블 3 (Mission: Impossible III, 2006)
미국  |  순수 액션(첩보)  |  124 분  |  2006.05.03

감독 :       J.J. 에이브람스
톰 크루즈 Tom Cruise    :  에단 헌트 역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Philip Seymour Hoffman    :  오웬 데이비언 역
빙 라메스 Ving Rhames    :  루더 스틱켈 역
빌리 크루덥 Billy Crudup    :  존 머스그레이브 역
미쉘 모나간 Michelle Monaghan    :  줄리아 역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Jonathan Rhys Meyers    :  데클랜 역
케리 러셀 Keri Russell   
매기 큐 Maggie Q    :  젠 역
로렌스 피쉬번 Laurence Fishburne    :  존 브래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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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불가능한 결혼



※ 별점

* 총평점 : ★★★ (다섯개 만점)

* 비전 : ★★
* 대중 친화도 : ★★★★

* 비주얼(not 미장센) : ★★★★
* 내러티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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