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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V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단상들

지속가능한 노이즈 마케팅과 안티 트래픽 : 소녀시대와 윤서인

2010. 1. 17. 15:11  |   단상들  |   키노씨
발아점 : 주성치 트위터
... 야후는 언제까지 윤서인을 잡고있을건가. 직원이라서, 안티들이 트래픽 늘려줘서 잡고있는거겠지.. (주성치)

윤서인(야후 만화쟁이)이 또 터뜨렸다. 역시 이번에도 소녀시댄데, 이번엔 좀 쎄다. 소녀시대와 붕가붕가를 거의 노골적으로 연결짓는 카툰이다. 새해맞이 떡치기 장면(정말 절구에 담긴 떡을 치는 소녀시대)는 유머라고 하기엔 심하게 시궁창스럽다.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했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는 삐리리함이 드러난다. 그런데 주성치의 지적처럼 왜 야후는 이 문제아(?)를 방치하는걸까? 왜 깔끔하게 계약 쫑내지 않나?

주성치가 자문 뒤 곧 자답하는 것처럼, 문제는 포털 연예뉴스 시장이 미끼질과 노이즈 마케팅로 돌아가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물론 연예시장 못지 않게 삼류스러운 정치담론 시장에서도 진중권과 변희재 모델이 있지만. 지속가능한 노이즈 마케팅과 안티 트래픽의 앙상블이랄까나?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숙주에 기생하는 이런 기생충스러운 행태들에 무관심으로 답하는 일인데, 이건 정말 답이 없어 보인다. 소녀시대가 떡치는 그림. 소녀시대 성희롱. 이걸 대한민국에서 거절할 남녀노소가 도대체 얼마나 있겠나. 나처럼 소녀시대 멤버 이름도 잘 모르는 인간도  '뭐야?' 이러면서 확인하는 판국에.

1. 우선 저질 링크는 블로그든 트위터든 가급적 올리지 않는거다.

2. 그런데 윤서인 사례처럼 '소녀시대 떡치는 그림'이 궁금한 경우엔 어쩔건가? 글 쓴 나도 궁금해서 봤는데, 그 글을 읽은, 접한 독자들, 트윗인들에겐 너희는 보지마! 이럴건가? 차선은 좀 기다리는 방법이다. 그래서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같은 그나마 괜찮은 메타언론에서 이걸 다루면 그걸 링크 인용해서 보여주는 방식이 있겠다. (아무래도 프레시안, 경향, 한겨레, 좀 날라리스러운 오마이도 이런 개떡같은 이슈를 다루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프레시안 빼놓곤 다들 다룰 확률도 꽤 높아보인다...),

3. 그런데 그런 메타언론들은 연예찌라시들 만큼 속보성이 강하지 않으니, 굳이 이 그림을 인용한 다른 기사를 열혈 블로거, 열혈 트윗인의 실시간 뉴스 스트리밍 마인드로다가 시의성 팔팔 넘치게 보여주고 싶다면, 혹은 보여주지 않아도 독자들이 찾아서 읽을 것 같다면... 뭐 그땐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보고 나서 이런 개허접 미끼질, 쌩저질 양아치 노이즈 마케팅에 붕어처럼 달려들지는 않으리, 애써 한번 허무함을 뒤로 하고 헛된 다짐을 하는 수 밖에....

추.
왜 우리는 착한 정보, 훈훈한 소식, 고양된 의견에 주목하지 않고, 날라리스럽고, 양아치스러우며, 쌩저질 그 자체인 나쁜 정보, 축축하고, 메스꺼운 소식들에 더 주목하는걸까?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좀더 높은 사회적 비판의식, 좀더 성숙한 고민의 담론이 아니라, 왜 '소녀시대 떡치는 이 개허접 그림'에 우리의 관심은 집중될 수 밖에 없는거딜까.... 혹시라도 한 소식 얻은 분 계시면 살짝 귀뜸해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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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없는 기사 : 2012에 대한 어떤 영화기사를 읽고

2009. 11. 15. 08:45  |   단상들  |   키노씨

아래 짤방은 뉴시스에서 조인스닷컴에 제공한 영화 2012에 관한 기사다. 기사 머리와 꼬리를 아무리 살펴도 기자 이름을 확인할 수 없다. 말이 필요없어서 기자 이름도 생략했나보다. :D 이런 무책임하고, 개차반인 일들이 온라인 저널리즘을 통해 흔히 벌어진다. 그냥 보도자료 베낀게 쪽팔려서 자기 이름을 지운건가?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다. 스스로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면 자기 이름을 걸어라. 이 말이 블로거들 역시 자신의 실명을 확인시켜야 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익명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글에 대한 자기 책임의 최소한을 확보해야 한다. 그 글과 어떤 실존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자 이름도 없이 "말이 필요 없는 영화"라고 설레발치는 모습은 헛웃음만 난다.

 추.
통신사라서 기사공급에만 방점이 쪅혔을 수도 있겠고, 조인스닷컴에서 기사를 공급받는 과정에서 해당 기자의 이름을 누락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구체적인 영화 평에서 글쓴이가 공중증발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http://news.joins.com/article/919/3874919.html?ctg=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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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2. : 스펙사회에서 신나게 마녀사냥하기

2009. 11. 14. 14:50  |   TV/방송/광고  |   키노씨

글을 썼지만 여전히 정리가 안되서 다시 한번 써본다. 각 문단 부피는 세줄 정도로 제한해본다. 별 의미는 없고, 짧게 쓰는 연습 혹은 트위터식 놀이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

1. 루저녀 현상은 우리사회의 미성숙을 반영한다. 그 미성숙한 사회는 표상이 실질을 파괴한, 양자의 긴장이 해체된 사회다. 그 사회는 "얼굴 보단 마음"에 대해 즉각적인 조소 내지는 무관심이 완전히 승리한 사회다. "마음 보다는 얼굴" "성격보다는 외모"가 먼저인 사회 되시겠다. 나 역시 여기에 일조했다는 생각, 당연히, 든다.

2. 표상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사회. 외적 표지와 그 표지를 구성하리라 기대되는  내용이 완전히 따로 노는 사회. 결과가 과정을 압도하고, 표지(표상)는 이제 가치 그 자체가 된다(이게 '돈'이 갖는 성질이다). (경력, 학력주의와 상관없는)학벌주의는 이를 견고화한다. 며칠 전에 끝난 수능은 단일표준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획일성을 지지하는 주요한 물적 제도다. 

3. 스펙 사회. 획일화된 표준에 바탕한 과시적 표지는  대중적인 영역에서는 '스펙'이라는 유행어(담론)로 표출된다. 그게 미수다 루저녀를 탄생시킨 직접적 토양이다. 이제 비교는 강박이 되고, 질투와 시기는 가장 훌륭한 인간성이 된다. 스펙이 내면이고, 스펙이 도덕이고, 스펙이 인간성이다. 이 야만에 우리는 줄기차게 가담했다. 아파트라는 가장 대표적인 스펙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뭥미?시켰다. 가카는 그 상징이시다.

4. 그러니 지금 꽤나 고통받고 있을 루저녀는 예외적인 똘아이가 아니다. 그 20대 초반의 철부지 여대생은 우리 사회의 상식과 도덕에 대한 놀랄만한 돌연변이는 최소한 아니다. 오히려 우리사회의 놀랄만한 진화(혹은 퇴화)에 민감하게 반응, 잘 적응한 평범한 여대생의 모습에 훨씬 더 가깝다고 봐야한다. 이건 남/녀 불문이다.

5. 그런데 나는 왜 그 발언이 "나치스럽다"고 호들갑 떤걸까? 그건 좀 구체적인 문젠데, 특히 미수다 제작진의 아무 생각 없는 무아지경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공영 지상파 TV 프로그램은 낸시 랭 류의 무개념 '전위 예술'을 아무 생각없이 틀어줘선 안되는거다. 제작진 총사퇴했다고 하던데, 아예 폐지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엔 변함없다.

6. 미수다는 철딱서니 없는 오리엔탈리즘, 좀더 쉽게 풀면 우리 안에 내재된 '백인(미녀)'에 대한 모방적 선민 환상을 적당한 교양과 뒤섞어 우리에게 제공했다. 그게 미수다의 최대 미덕이었고, 또 한계였다. 하지만 미수다는 이미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앞으로 남겨진 건 이미 지겹게 봐 온 꽃치장한 백인 미녀들의 착한 훈수 밖에 없다.

7. 트위터에서 미수다 루저녀 발언도 이에 대한 (과도한) 반응도 가련하다는 글을 읽었다. 마음 속 한편으론 크게 공감하면서도 정확히 취지가 잡히지 않아 질문해봤다. 이런 자극적인 이슈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지 않느냐, 뭐가 그렇게 가련한것인가? 라고. 기대했던 답변은 아니었다. 

8. 가련한게 맞긴 맞다. 루저녀도 가련하고, 이렇게 관심 쏟는 나도 가련하고, 이런 개차반 사회에서 아둥바둥대는 너나 할 것 없는 대한민국 중생들도 가련하다. 하지만 이건 무슨 초딩스런 열등감 문제만은 아니다. 이건 정말 스스로 쪽팔린거다. 거듭 확인하는 바, 이 개차반 사회를 만든 건 '그들' 뿐만은 아니고, '우리들'이다. 쯧쯔쯔..한다고 나만 그 개차반 사회에서 산신령이쥐. 이렇게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9. 이 사건이  '몰지각한 여대생의 안드로메다 발언'이라는 예외적인 해프닝이라면 '루저녀'나 '나'처럼 이 허접한 이슈에 관심 쏟는 몇몇 철없는 중생들을 가련하다고 조소해도 상관없다. 그 조소를 고맙게 기꺼이 받겠다. 나 하나 조소당하고, 이 사회가 건강하다는게 증명된다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10. 하지만 이 이슈는 우리사회의 야만을 상징적으로 증거하는 꽤 의미있는 사건이다. 4대강 삽질 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그 문제 해결은 4대강 삽질문제보다 더 힘들거다. 왜냐하면 4대강 삽질은 이 거대한  대한민국의 정신적 삽질 구조와 비교하면, 그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1. 그러니까 이 미수다 루저녀 사건은 예외적인 막장질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욕망(궁극적으론 생물학적이며 사회적인 배타적 붕가붕가 욕망)을 솔직하게, 그런데 좀  '포르노'식으로 묘사한 사건이다. 그게 차라리 순진한 포르노가 아니라 교양으로 위장되었다는 점은 이 인종차별적 퍼포먼스를 아주 역겹게 하는 이유지만, 문제는 사회가 이미 하드 포르노라는 거다. 그게 본질이다.

12. 그렇다면 그 루저녀 역시 이 이중적인 사회의 희생양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외적으론 경건하고, 고상하기 짝이 없는 우리사회의 이중성, 그 덧에 걸려든 것일 뿐이니까. 솔직한게 죄다. 룸살롱 텐프로 쭉빵녀를 욕망하는 평범한 남자동물의 욕망과 그 루저녀의 욕망은 별 다를게 없다.

13. 마녀사냥. 이건 좀 생각을 바꿔야겠다. 이번 건 역시 사회의 철부지에게 과도한 비난이 쏟아진다는 측면에선 마녀사냥이 맞지만, 나는 이 마녀사냥이 좀더 커졌으면 좋겠다. 이 마녀사냥이 좀더 커져서, 바깥에 있는 그 힘없는 마녀만 쫓는게 아니라, 자기 안의 성찰없는 욕망을 숙주삼아 자라고 있는  그 진짜 마녀를 쫓는 것이길 바란다.

14. 마녀사냥의 효용. 한편 사회적으로 바라보면, '~녀' 사건으로 명명되는 이 마녀사냥, 인터넷을 통한 과도한 호들갑은 내가 증오해마지 않는 연예 찌라시즘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곤 했다. 하지만 그게 단순히 마녀사냥이라고만 치부되는 건 좀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댓글'을 읽으니 더더욱 그렇다. (다만 편의상 계속 '마녀사냥'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15. 마녀사냥과 상식주의. 우리가 흔히 마녀사냥이라고 치부하는 일견 과도한 증오와 과장된 퍼포먼스에는 우리사회에서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어지는 최소한의 '상식', 그 상식의 확인과 승리라는 사회적 순기능이 존재한다. 그건 우리가 여전히 상식 속에서 살고 있다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16. 하지만 이 집단제의적 호들갑이 축제가 아닌, 일회적 삽질, 혹은 그저 희생양 만들기로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이유는 거기에 '자기 반성적 성찰'과 무엇보다 '정치적 상상력'이 거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마녀사냥는 그저 힘없는 마녀를 저 정의의 화염 속에 불태우는 고색창연한 마초이즘의 광란이 되어버리곤 했다.

17. 그러니 좀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마녀사냥이 축제가 되려면, 즐거운 놀이가 되려면, 그 우리 안에 있는 마녀를 물리치고, 그 마녀를 키우는 각종의 기만적 담론기제들(가령 각종의 찌라시들)과 싸우며, 결국은 우리가 손가락질 했던 그 마녀라고 위장된 그 철부지와 대화하고, 그녀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18. 그게 졸 힘들고, 졸 어렵고, 졸 짜증나는 일이란 건 나도 알고 당신도 안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마녀사냥이 그저 부질없는 해프닝의 가련함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건 그렇고, 이 거대한 사회적 퍼포먼스에는 그 최소한의 상식주의에 바탕한 다양한 문화적 시도(루저송), 상업적 시도(루저 티셔츠)들이 존재한다.

19.  '루저 티셔츠'. 반8이라는 업체에서 벌써 루저 티셔츠를 디자인해서 팔고 있더라. 그 발빠른 순발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무척 아쉬웠다. 지인(이분은 화가. 디자인 및 자금 담당. ㅎㅎ)과 루저 디셔츠로 한번 장사(?)해볼까 궁리하던 중에 역시나 '준비된 업체'에 선수를 빼앗긴 거다. ㅡ.ㅡ; 다만 여전히 루저 티셔츠(와 이에 바탕한 뭔가...)엔 미련이 많다.

20. 그러니 마녀사냥이 갖는 이분법적 배타성과 폭력성을 순화시키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활발한 문화적, 상업적 시도들을 정치적인 상상력과 묶어낼 수만 있다면, 이 마녀사냥은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한판 놀이, 혹은 축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 축제를 부추기는 연예 찌라시즘도 반가운 우리들의 홍보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을테다.


* 관련
루저녀 단상 : 미수다 혹은 순진한 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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