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21

영화 TV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단상들

2011년 최고의 미드 / 영드

2012. 1. 11. 14:07  |   TV/방송/광고  |   키노씨
최고는 그냥 관용적 수사고, 내가 본 것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들.

작년 한해 최고의 미드는 역시나 <보드워크 엠파이어>(시즌2)다. 스티브 부세미는 자신의 존재를 입증했다. 여기에 맞짱 뜰만한 드라마는 <왕좌의 게임>(시즌1) 정도일 듯.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덱스터>(시즌6)는 명불허전이긴 하지만 뭔가 아숩다. 처음엔 그저 그런 변주된 형태의 첩보물이라고 생각했던 <홈랜드>(시즌1)는 점점 사건이 진행되면서 그 긴장감과 밀도를 높여가다 마지막 회에선 내가 사랑하는 <덱스터>의 마지막 회(나는 특히 덱스터 시즌 마지막 회를 특히 좋아하는데)를 압도하기에 이른다. 남녀주연의 연기는 대단히 훌륭하다. 미국 중산층의 엽기적인 욕망과 소외를 담은 <아메리칸 호러스토리>(시즌1)도 좋은 평가를 받기엔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그동안 영국드라마를 별로 즐겨보진 않았었는데, <다운튼애비>(시즌2)는 정말 손꼽아 기다렸던 드라마일 정도로 푹 빠졌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시즌2는 영국식 신분질서가 조금씩 붕괴되어가는 모습을 살아 숨쉬는 인물 한명 한명을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접한 <블랙미러>(시즌1)은 미디어기술과 연애산업의 발전이 초래하는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블랙유머와 우화적 감수성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물론 2011년을 통털어 가장 재밌게 본 드라마는 <뿌리깊은나무> ㅎㅎ

게임의 왕자. 덱스. 아메리칸 호러스토리, 다운튼애비, 홈랜드, 보드워크 엠파이어
(좌측 시계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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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 : 시즌5. 연쇄살인마의 구원과 미국식 보수주의

2010. 11. 16. 17:44  |   영화/드라마 단상  |   키노씨
내가 유일하게 시청하는 가장 흥미진진한 미드인 '덱스터'의 시즌5.를 관통하는 테마는 "구원"이다. 덱스터가 구원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빠되기. 나머지 하나는 복수하기.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 결론은 미국식 보수주의로의 회귀다. 가족주의와 정의실현. 다만 그 주인공이 연쇄살인마일 뿐. 텍스터는 어떻게 자신의 이방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식 보수주의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을까. 흥미로운 출발점에 선 텍스터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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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와 24 : 연옥에서 살아남기

2010. 6. 15. 02:41  |   TV/방송/광고  |   키노씨
'위대한' 이라는 수사가 어색하지 않은 두 미국드라마가 최근에 종영했다(24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하지만). 가벼운 단상.

1. 24
속도감 있는 정치 액션 음모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보여준 '24'는 결국 기만적인 미국의 보수주의로 회귀한다. 이것은 대단히 아쉬운 결론인데, 여기에서 만약에 후속작이 만들어진다면, 내가 기대하는 답은 하나다. S8-Ep20 이후에 시도된, 하지만 결국 도덕적 보수주의에 의해 좌절된, 영웅과 악당은 어떻게 서로 만나는가에 대한 용서 없는 드라마다. 그것이 아니라면, '24'는 그 모든 영광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보수적 휴머니즘에서 단 한발도 철학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미숙아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본'시리즈의 길을 쫓다가 갑자기 '해리슨 포드'식 애국주의로 좌절한 '24' (잠정적인) 마지막 시즌은 아쉽다.

2. 로스트(Lost)
'24'와는 다른 방향에서 '로스트'의 결말 역시 종교적 보수주의로 회귀한다. 평행우주가 떡밥이고, 사실은 윤회임! 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이 모호한 결론은, 실은 중세 이후에 탄생한 기독교의 '연옥' 사상에 좀더 흡사하다(물론 이거야 보는 사람 마음이다). 이 연옥 속에서 끊임없이 시험받는 주인공들은 결국은 '선(善)'을 택하고, 그들은 모두 구원받는다. 이 드라마적 관습은 너무도 익숙한 것이라서 '로스트'가 실험한 그 모든 '떡밥'들을 완전히 무화시켜버린다. 그러니까 떡밥에서 어느 순간 질적으로 비약해버리는 그 흥미진진한 모험담, 그 궁극의 모자이크, 신들의 주사위 게임에서 스스로의 실존을 시험받는 그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만들어내는 삶이라는 거대한 벽화의 마지막 그림은 안개 속으로 휩싸여버린다. 역시 아쉬운 결론이라 아니할 수 없다.

3. 연옥
'24'도 '로스트'도 모두 연옥을 연상시킨다. 그 연옥에서 그들은 결국 나름의 방식으로 승리한다. 하지만 그 승리는 기만적이다. 한쪽은 고민없는 도덕적 보수주의로 회귀하고, 다른 한쪽은, 나름 감동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국에 너무 쉽게 이끌림으로써 존재론적인 허무를 낳는다.

연옥은 그 모든 지옥적 이미지들에도 불구하고 천국 쪽으로 훨씬 더 가까이 쏠려 있다. 그러므로 카톨릭 기독교의 저승 신앙의 원동력은, 연옥의 영혼들이 [신곡]에 나오는 것과 같은 환희에 찬 지진음을 내면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그 중단 없는 행렬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이 천국의 열망일 것이다.

- 자크 르 고프, 최애리 역, '왜 연옥인가', [연옥의 탄생], p.682, 문학과 지성 : 서울,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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