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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콤플렉스로 본 [향수] -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프리뷰

2007. 3. 23. 14:12  |   프리뷰  |   키노씨


#. 이 글은 프리뷰입니다. 일종의 감상적인 영화 소개글에 불과하구요. 당연히 스포일러의 불안을 고려합니다. 이 글은 스포일러 (전혀 혹은 거의) 없습니다. 아주 짧은 글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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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  드라마, 스릴러  |  146 분  |  개봉 2007.03.22

톰 튀크베어 (Tom Tykwer)

벤 위쇼 Ben Whishaw :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역
더스틴 호프만 Dustin Hoffman :  주세페 발디니 역
알란 릭맨 Alan Rickman :  안토인 리치스 역
레이첼 허드-우드 Rachel Hurd-Wood :  로라 리치스 역



 

요나콤플렉스로 본 [향수]
-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프리뷰

http://minocine.tistory.com/entry/Perfume2006






0. 대비
이 영화는 매우 아름답고, 또 잔인한 영화다. 그 어둠과 밝음, 속됨과 성스러움, 아름다움과 추함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을 황홀하게 몰입시킨다.


1. 파트리스 쥐스킨트

영화의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에게 오히려 영화는 훨씬 더 풍성한 재미를 던져줄 것으로 나는 추론한다(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 독자들의 생각도 궁금하긴 하다). 내가 그런 관객들 중 하나니까.

어떤 이야기의 즐거움, 어떤 '궁금한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그 즐거움은 가장 본질적인, 원초적인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러니 난 [향수]의 이야기, 그 내러티브에 대한 분석적인 리뷰를 당분간은 쓸 생각이 없다(물론 게을러서 앞으로도 그럴 확률 높지만서도).

나는 기본적으로 저널(특히 종이신문)의 스포일러 가득한 영화소개글들을 증오하는 편이다. 그리고 공중파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절대 보지 않는다.


2. 요나콤플렉스

이건 융의 용어로 쓴 게 아니다. 솔직히 융이 처음 쓴 말이라는데, 난 그게 어떤 의도에서 어떤 의미로 썼는지도 잘 모른다. 다만 바슐라르는 '이야기'의 즐거움, '이야기'의 기원에 대해 이 '요나 콤플렉스'를 원용해서 설명한다. 이야기를 탐닉하는, 이야기에 빠져드는 독자들의 심리와 문학의 기원을 '요나콤플렉스'로 풀어내는 거다. 이것도 수업 중에 잠깐 들은 것에 불과해서 물론 깊이는 없는 그런 이야기다.

내가 이해하는 '바슐라르의 요나 콤플렉스'는 간단하다.

내가 정말 나일까?
난 정말 제대로 태어난 것일까?
나는 내가 아닌 다른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나'는 '나 아닌 것, 나 아닌 누군가'를 꿈꾼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다'.

마치 [영웅 토토](1991. 우리나라 제목 '토토의 천국')에서 토토가 이웃집 아이와 자신이 바뀐 것으로 믿는 것처럼('요나 콤플렉스'를 통해 분석하고 싶은 이야기는 실은 '영웅토토'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다).

결핍은 욕망을 낳고, 그 욕망이 만들어낸 상상력은 이야기를 낳는다.
[향수]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그 '자기 존재'를 의심하고, 또 추구하고, 그렇게 찾고 싶어한다.

나와 나 아닌 것들을 향한 갈망, 그 긴장과 갈등과 추구. 그건 정말 매력적인 드라마이며, 인간이 존재하는 한은 영원히 반복적으로 변주될 테마일테다.


3. 연기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훌륭하다.
모두에게 만점을 주고 싶다.
특히나 주인공은 최고.


※ 별점

* 총평점 : ★★★★ (다섯개 만점)

* 영화적 비전 : ★★★1/2
* 대중 친화도 : ★★★★

* 비주얼 : ★★★★
* 내러티브 : ★★★★1/2


p.s.
이 영화에 대해선 언젠가 다시 보고, 다시 글을 쓰고 싶다. 좀 길게...



[참고하면 좋은 페이지]

1.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
어머니의 뱃속에서 온 몸을 웅크리고 손가락을 깨문 채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태아의 형상은 지친 사회생활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귀환하고자 하는 모태의 상징적 원형이다. 모든 불안과 위험 요소로부터 격리돼 보호받는 존재로서의 태아는 그 안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게 되며 평생을 거쳐 그 시기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구약성경 요나서에 따르면 하나님은 예언자 요나를 통해 죄악으로 물든 니느웨(앗시리아의 대도시)에 심판의 경고를 전하도록 한다. 니느웨의 멸망을 직감한 요나는 전혀 반대 방향의 배에 오름으로써 예언을 거부하려 하지만, 결국 풍랑을 만나 파손될 위기에 처한 배에서 제물로 바쳐져 바다 속의 큰 물고기 「뱃속」에서 3일 밤낮을 기도하게 된다. 뱃속에서 비로소 구원과 자신의 사명에 대한 의지를 다진 요나는 육지로 귀환해 니느웨의 회개와 구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모태를 상징하는 물고기의 뱃속에서 예언자 스스로 구원을 유도한 요나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요나 콤플렉스」는 안락한 현실 혹은 과거에 안주하려는 심리로 인해 과도한 폐쇄적 성향이나 유아기 혹은 아동기의 습관을 되풀이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대부분 소년기 이하 미성년자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퇴행적 현상들은 요나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http://www.pruhome.co.kr/~sswupress/datamenu/DataList.html?SID=8&CPage=11 중에서.


2. 리드미님의
가스통 바슐라르,《공간의 시학》- 울림이 있는 홈페이지를 위하여
http://readmefile.net/blog/archives/000183.html (특히 일독 권합니다)

"권태의 중심들이, 고독의 중심들이, 몽상의 중심들이 한데 모여, 우리들이 태어난 집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추억들보다 더 지속적인 꿈의 집을 형성한다". ( 같은 책, 13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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