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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관습에 대한 균열 [하이킥 단상 1]

2007. 3. 25. 17:41  |   리뷰  |   키노씨



1.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의 인기비결은, 모든 성공한 드라마(특히 시트콤)가 그렇듯, 아무래도 캐릭터다. 그 캐릭터 창조에 대한 감수성은 물론 작가들의 힘이겠지만, 그건 피디의 연출력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매우 훌륭하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는 나문희 여사와 꽈당 민정이다. 그리고 오케이 해미와 식신 준하의 앙상블도 좋아하는 편이고.


2. '하이킥'하니까 신동엽의 새로운(?) 시트콤이 생각난다. 신동엽(김원희 등등)이 나와서 정말 과장연기와 설정을 보여주는 황당한 시트콤... 신동엽의 코미디에 대한 감수성을 높게 평가했던 나로선, 뭐지? 이런 시쿤둥한 생각 밖에는 안든다. 노 쌔에엥큐. 다.


3. '하이킥'은, 물론 과장하긴 하지만, 대체로 일상의 감수성, 그 한국적인 정서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오버만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기본적인 감수성은 '편안함'이다. 이 편안함 위에, 좀더 효과적으로, 캐랙터들의 일탈된 오버들은 꽃 필 수 있다. 다짜고짜 기괴한 캐릭터들, 기괴한 액션들이 줄줄이 등장한다면, 그건 정말 시청자들을 고문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다만 '신지의 소갈비' 에피소드. 건 좀 심하게 오버했다.
'하이킥' 전체의 톤에서 너무 벗어난거다.
어려운 줄 뻔히 예상할텐데, 점심식사 비용으로 소갈비, 100만원 이상 '쏘는 걸' 그저 지켜보다니.
물론 해미의 설정으로 그 비현실성을 다소 누그러뜨리기는 하지만.



4. 가부장적 관습에 대한 효과적인 균열 

하이킥은 가부장적 보수성에 대한 (견딜만한) 균열을 시도하고 있는 점에서 꽤 높이 평가받을 만한 프로그램이다. 특히나 성에 대한 자유롭고, 다양한 사고패턴들이 노출되는 풍경은 의미심장하다(이건 물론 오래된 '유행'이긴 하지만. 다만 최근 '불륜' 드라마 때리는 '스포츠신문' 기사 봤는데, 정말 누가 누구를 비판한다는 건지 모를지경이다. 스포츠신문씨, '너나 잘하세요~!' ).


그 균열 혹은 관습파괴는 시트콤 과장과 억지에서 오지 않고, 매우 현실적인 조건 속에서, 높은 수준의 긴장과 함께 온다. 물론 그 시도들은 온화하고, 따뜻한 대가족의 프레임에 쉽게 갇혀 버리기는 하지만. 그건 반드시 갇혀 있는 것만은 아니고,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이킥은 이래 저래 정말 영리한 프로그램이다.



p.s.
다시 '하이킥'에 대해 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단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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