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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상업주의 - [브이 포 벤데타] 프리뷰

2007. 4. 18. 11:31  |   프리뷰  |   키노씨

#. 이 글은 [여기]에 등록했던 걸 옮겨온 겁니다.

군더더기 줄이고, 약간 추고했습니다.

스포일러의 불안을 고려합니다.


0.
이 영화는 어느 한편에 속해서 보면 안된다.
경계의 외줄 위에서 위태롭게 고민하면서 봐야 보인다.
거기에 거짓이 있다면 거짓이 보일 것이다.
혹 거기에 진실이 있다면 그 진실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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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미국, 독일. 판타지 + 액션 + 드라마. 132 분. 개봉 2006.03.16

제임스 맥테이그 (James McTeigue)

나탈리 포트만 Natalie Portman :  에비 해몬드 역
휴고 위빙 Hugo Weaving :  브이 역
스티븐 레아 Stephen Rea :  핀치 역
존 허트 John Hurt :  챈틀러 셔틀러 역
 

각본 : 앤디 워쇼스키 Andy Wachowski. 래리 워쇼스키 Larry Wachowski
원작 : 데이빗 로이드 David Lloyd. 앨런 무어 Alan Moore







1. 혁명 상업주의
이건 거짓에 관한 이야기다.
휴고 위빙의 그 매력적인 목소리와 카리스마 넘치는 제스처와 유머러스한 가면 뒤의 '상상적' 표정(!)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거짓에 관한 이야기다.
그게 거짓인 이유는 이 혁명이 거짓이기 때문이다.
 

이 혁명을 이끄는 동인은 물론 거절해야 마땅한 위선과 거짓들이다.
하지만, 영화가 그 혁명을 준비하고, 보여주는 방식은 영웅주의고, 만발한 상업주의며, 매력적인 스타일일 뿐이다. 그러니 그건 바랄 수 있지만, 너무도 멀리 있는 몽환이다. 그런데 현실은 꿈이 아니라 , 경제이며, 정치이며, 살이며, 피다. 그러니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난 절반만 찬성하고, 절반만 매혹당할테다.
 

춤추고, 분노하고, 울고, 웃더라도.. 이것은 거짓이다.
당신은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당신의 가슴 속에 있는 그 거짓들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냥 이 영화의 거짓들을 비웃으며 끝내기엔 이 영화에 숨겨져있는, 아니 있으리라 기대하는 그 진실의 이미지가 조금은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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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하지만 얼핏드는 우울한 생각.
이제 혁명은 상업적인 매력이 없으면 불가능하겠구나.
혹 혁명은 상업주의 속에서 그저 '이미지'로만 가능하겠구나.



1-1. 영화의 파시즘적 '혐의'에 대한 해석
짐 호버만(잡지 [빌리지피플]의 박학다식한 영화평론가. 예전 종이 [키노]에서 많이 인용했는데, 요즘은 [씨네21]에도 글을 '빌려'주는 것 같다)은 대체적으로 이 영화에 대해 비난 일색이다. 필름 2.0의 정지연도 이 영화의 파시즘 혐의에 대해 공격한다.

그런데 내 보기엔 짐 호버만과 정지연에게 그다지 동의할 수는 없다.
물론 짐 호버만 경우에는 절반 정도는 수긍할 수 있지만, 정지연 경우엔 그냥 그렇다.
그들이 쓴 글에 대해 아주 짧게만 첨언하자면, 둘다 너무 잘난 척을 하고 있다.

짐 호버만은 별별 철학자들 이름을 다 나열하고 있는데, 에마 골드만(난 처음 들어본다), 쟝 보들리야르, 안토니오 네그리, 기타 등등이다. 물론 필요한 언급이라고 호버만은 생각하고 있겠지만, 내 보기엔 잘난 척이고, 그다지 꼭 등장해야 할 이름은 아닌 것 같다.

정지연 경우엔 짐 피스크(난 처음 들어본다), 발터 벤야민, 브레히트를 서두로 영화감독(이론가)들이 줄줄이 등장이다. 내가 보기엔 그냥 원고매수 늘리기 위해서 이런 저런 이름을 쓴 거 아닌가 싶다. 물론 [브이]와의 관련성이야 없지 않겠지만, 꼭 굳이 트뤼포, 고다르, 카우프만의 그 영화들이 등장해야 했는지 난 잘 모르겠다. 솔직히 좀 짜증난다. 그래서 대충 읽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친절한 영화가 아니다.
그러니까 스포일러가 잔뜩이긴 하지만, 위 짐 호버만이나 정지연의 글을 미리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나는 영화 보고 읽기를 권한다. 그런데 그다지 적극적으로 권하는 건 아니고, 대충 읽어보기엔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정도다. (짐 호버만과 정지연이 너무 잘난 척 해서 나까지 옮은 것 같다. -_-; )


짐 호버만 1 -
http://www.cine21.com/Magazine/mag_pub_view.php?mm=005004001&mag_id=37742
짐 호버만 2 - http://www.cine21.com/Magazine/mag_pub_view.php?mm=005004001&mag_id=37743
정지연 -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74&article_id=0000014456§ion_id=106&menu_id=106



2. 대처에게 죽음을!
이 영화는 대처이즘에 대한 노골적인 야유와 조롱이다.
원작이 탄생한 연도(81년 영국 그래픽 소설이 원작이란다. 참고로 영화의 각색은 그 유명한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담당했다. 그니까 위 잘난 평론가들의 스트레스 해소, 그러니까 영화에 대한 비난의 상당부분은 워쇼스키에 대한 거다)을 보면 뭐, 대충 예상할 수 있을거다.

대처이즘이 등장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시대배경 아닌가?
이 영화는 대처이즘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면서, 조롱이지만, 거기에 양념처럼 미국이 등장한다.
그러니까 끌어들이기다.
대처와 레이건의 그 중첩적 이미지.
그게 시종일관 이 영화 속에는 등장한다. 


2-1. 대처이즘의 자화상 - [레이닝 스톤](Raining Stones, 켄 로치, 1993)
이 영화를 보면서 당연히 떠오른 영화는 [레이닝 스톤]이다.
대처시대의 그 아픔을 가슴 시리게, 정말 진실의 마음, 그 하나로 밀어붙인,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영화다.

난 솔직히 [브이 포 벤데타] 보다는 [레이닝 스톤]을 보는 편을 한 백배는 더 권하는 바다.
여기엔 대처시대 영국의 한복판을 통과하는 하층 노동자의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진실의 드라마가 있다.
그리고 훨씬 더 재밌다. ㅡ.ㅡ;
[레이닝 스톤]은
정말 가슴 아프게 아름답고, 따뜻하고, 그런데 인정사정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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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딕
감독은 난 처음 들어본 감독이다(제임스 맥테이그).
[브이..]가 데뷰작이다.
조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를 보면, 거의가 공상과학이다. [매트릭스]3부작, [스타워즈2 ; 클론의 습격] 등등.
인상적인 건 [물랑루즈]에도 참여했단건데, 이 영화에도 그런 이미지 엄청과잉의 흔적들은 살짝 묻어있긴하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연출했는지, 아니면 시나리오의 한계인건지, 얘기가 중간에 너무 샌다.
그걸 영화의 모호한 이미지로 어떻게 때우려는 혐의가 짙다.
그런데 내 보기엔 힘에 부쳐서 그런거다.

어떤 네티즌들은 이 영화의 난해함, 심각함, 심오함을 '모르는 관객들도 많을거다' 이렇게 유치하게 논평하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은데, 아주 그냥 삽질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기는 이해하는 내용을 "니들은 모를걸!" 이러고 있는건데, 참 잘났다. -_-;

이 영화를 지배하는 화면의 느낌은 고딕이다.
음산하고, 약간은 기괴하면서, 그 와중에 우아한 느낌도 살짝 있는.
그런데 깊고, 어두운 느낌인거다.
그게 이야기와 잘 어울리긴 한다.

뭐 약간은 너무 어두워서.. '왜 이렇게 깜깜해' 이런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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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풍


 

4. 연기
브이 - 휴고 위빙
휴고 위빙이 누군지 모르면 그냥 모른 채로 보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꽤 유명해서 누군지 알고 보는 독자들이 많을 텐데.. 뭐, 알면 할 수 없고. -_-

아비 - 나탈리 포트만

열심히 한다.
그런데 [레옹]의 마틸다 이미지가 내겐 너무 강해서 그런지, 많이 성숙했는데도, 아직도 '애'같다.
그런데 뭐, 삭발까지 하고, 무척 열심히 하는 건 같다.
이 영화에 참여하는 것 과정에서도 스스로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하더라.


스티븐 레아
[크라잉 게임]에서 헷갈리는 그 아저씨, 이 영화에서도 나와서 헷갈려 한다.


5.
이건 보기에 따라서 걸작일 수도 있고, 범작일 수도 있고, 아주 짜증나는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평론가들의 잘난 척과 네티즌의 덩달아 잘난 척을 무시할 수 있다면, 꽤 '즐겁게' 고민할 만한 영화일 수 있다고 본다. 수작은 되지 않을까? 물론 해석은 당신의 몫이다.

혁명에 대한 교조적인 관점들을 버리고 보면, 좀더 즐거운 고민이 만들어 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5-1. 참!
Vendetta.
이거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피의 복수]라는 근사한 뜻이 있더라.
난 뭔가 했다. : )


※ 별점

* 총평점 : ★★★1/2 (다섯개 만점)

* 영화적 비전 : ★★★
* 대중 친화도 : ★★★

* 비주얼 : ★★★★
* 내러티브 : ★★★

* 연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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