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21

영화 TV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단상들

지겨운 종말을 노래하다 -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단상

2007. 4. 24. 11:56  |   리뷰  |   키노씨


#. 스포일러의 불안을 고려했었으나, 수정을 통해 다소간의 스포일러 포함합니다.
불안한 독자들은 피해주세요.

이 글은 한겨레 블로그에 등록했던 글입니다.
거기에 있던 글을 추고해서 여기로 옮겨옵니다(예외적으로 거기에 있던 글은 지우지 않습니다).
한겨레블로그의 정책에 대한 저의 정책입니다.  

이 글은 공개하되, 발행하지 않습니다.
(이는 올블과 이올린을 표준으로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End Of Evangelion, 1997) 
일본. SF 묵시록. 87 분. 
 
안노 히데아키 (Hideaki Anno)
네이버.
씨네21.







지겨운 종말을 노래하다 -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단상










0.
이미 TV를 통해 [에바]는 이미 신화가 되었다.
그리고 에바시리즈의 최종판인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극장판으로 만들어졌다.

가장 극적인 저주와 배반이 그 관객을 향해 쏟아진다.
이건 잘못 쓴게 아니다.
영화는 관객을 적극적으로 저주하고 있다.
그 저주는 물론 상징적인 저주다.
하지만 그 저주는 싸늘하기 짝이 없다.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걸작이다.
그 심각한 메시지를 참고 읽기란 여간 짜증나는게 아닌데..
솔직히 그건 궁금해 죽을만큼 매력적인 짜증이긴 하다.
'이성'에 의지한 것 같지는 않고, '감성'에 많은 부분 의지한 것 같다.

그러니...
이건 산문이 아니라, 시다.
그리고 그 시에는 아름다운 피가 흐르고 있다.
그건 차가운 피다.


 
2. 배반
에바는 의도적으로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고, 영화 관습들을 무시한다.
적어도 이 도저한 부정은 당신이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극단적인 형식을 취한다.
실사로 등장하는 영화의 후반부는 이 부정의 비전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이건 꿈이며, 그 꿈은 거짓이다.
그런데 그렇게 거짓으로 만들어진 꿈을 꾸는 당신.
저주받은 인간은 모두 죽었으면 좋겠다고 냉랭하게 말하고 있다.

항상 가장 무서운 건 무관심 혹은 침묵이다.

생략과 도약.
영화는 일종의 '영상시'를 꿈꾸는 것 같다.
그건 잔인한 신화처럼, 이미 예정된 종말을 향해서 나아가는 원죄적인 파멸이다.
그 무게에 대한 감수성은 분열을 낳는다.


3. 모성 결핍과 파괴

어떤 삶에의 의지도 없는 주인공 소년에게 유일한 기억은 모성 결핍이다.
그 기억 속에 없는 건 모성이다.
모성을 불러 일으키려는 모든 소년을 둘러싼 인물들의 욕망은 그런데 어긋난다.

이건 어긋나는 욕망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물고 물리는 욕망이다.
그건 지옥이다(참조할 포스트 : 유사실존과 타인의 문제).


4. 구원

당신이 지나간 영화들에서 구걸했던 구원은 여기에는 없다.
이게 장난인건지, 아니면 정말 진심어린 호소인지..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건 이토록 끝까지 불친절하며, 관객을 무시하고, 또 스스로에게 혹독한 영화는 정말 지금까지 본적 없다는 거다.

이 영화는 눈물로 호소하는 영화가 아니며, 피로 울부짖는 영화다.
그런데 그 울부짖음은 너무 차갑고, 너무 싸늘하다.
그래서 그건...
텅비어 버린 우리의 영혼처럼 섬뜩하다.

거기서 어쩌면 우리는 모순 그 자체인 진실과 대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종의 동료애랄까..
같은 환자로서의 동질감이랄까..
난 그런 걸 느낀다.


5. 섹스, 모성에 대한 공포
섹스에 대한 공포와 갈망이 교차하는 장면들은 쉽게 만날 수 없는 감수성이다.
그 장면들은 이 영화에 깊은 메타포의 심연을 만들어낸다.




[호자이님의 논평]

제 한겨레블로그에 등록되었을 당시의 호자이님의 논평입니다.
인상적인 논평이라서 함께 옮깁니다.

 

1997년 만화책으로 그리고 비디오로 에반게리온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정말 잊을 수가 없겠네요. 대한민국도 굉장히 암울했어요. 그보다는 애니메이션이 기독교 신화를 비틀어서 로보트에 접합시켰다는 것에 놀랐고, 오타쿠가 문제가 아니라 철저하게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10대 20대 젊은이들을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당시 키노 사서 열심이 에바 글을 탐독했던 기억들이 납니다.
원래 묵시적인 스토리에 관심이 없던 저도, 엄청 빨려들어갔었는데, 비디오 최종회를 보다가, 흑백 애니메이션 스케치가 나오면서, 점점 현실로 화면이 이동하는 장면을 기억합니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은 다 가짜다~ 저의 삶을 살아라"
라는 감독의 메시지로 읽혔으니까요.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신지)

그래도 감독은 끝내, 다 죽이지 않았고 모두들 살아갈 이유들을 찾아냈던듯. 저도 살아갈 이유를 찾았... 


※ 별점

* 총평점 : ★★★★ (다섯개 만점)

* 영화적 비전 : ★★★★★
* 대중 친화도 : ★★★

* 비주얼 : ★★★★
* 내러티브 : ★★★★





I don't Want to die! Mama waiting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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