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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의 유년, [시네마 천국](1988)

2007. 10. 21. 05:46  |   영화/드라마 단상  |   키노씨
#. 스포일러를 신경써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워낙에 많은 분들이 본 영화라서요. 스포일러는 거의 없습니다. 그저 영화를 핑계삼은 가벼운 단상입니다. 이 글은 예전에 썼던 글을 추고한 글입니다. 본문의 '이라크 아이들'은 이 글이 예전에 쓴 글이라서 등장하는 셈이지요.



0. 기만과 진실, 현실과 예술, 꿈과 현실에 대한 어려운 질문이 [시네마 천국]에는 있다. [시네마 천국]은 딜레마다. 영화의 꿈결같은 이미지들, 어린 토토의 사랑스런 표정과 알프레드 아저씨의 하염없이 인자한 그 미소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지만 나는 아주 난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할 수 없다.  

[시네마 천국]은 아이의 영화다.
그런데 그 아이의 영화라고 말할 때 나에게는 약간의 쓸쓸함이 있다. 그건 비난의 의미인 거다. 그래서 [시네마 천국]은 이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나는 아이이며, 아직 어른이 될 수 없다는 어리광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어른이 되어야 하며,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피터팬이 아니며, 한 쪽 눈을 가리고 혼전하게 세상을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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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 쥬세페 토르나토레, 1988)     
프랑스, 이탈리아. 드라마. 판타지. 155 분.
개봉 1989.12. (편집판) 개봉 1993.11.13 (완전판)

필립 느와레(알프레도)
살바토레 카스치오(소년 살바토레)
자끄 페렝(중년 살바토레)
브리지트 포시(중년 엘레나)



1. [시네마 천국]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를 이야기한다(후술하는 [오아시스]의 두 개의 세계와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아이의 세상과 어른의 세계, 꿈의 세상과 현실의 세계. 그래서 이 영화의 아름다운 화면들과 한 여름밤의 소나기와 같은 낭만들은 한 쪽의 세계에만 있다. 그건 물론 아이들의 세계이며, 기억의 세계이며,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세계이다. 그래서 [시네마 천국]은 한 쪽 눈은 감아버리고, 나머지 한 쪽만으로 세상을 본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완전한 세상은 이미 유년의 왕국 안에 갇혀 버렸고, 그래서 우리가 받아들어야 하는 차가운 현실들은 바라보기 싫은 절망들이며 배반들이다. 그러나 예술이 그 진정성을 획득해야 하는 것이 현실 속에서 일 수밖에 없다면, [시네마 천국]은 영화라는 예술이 가져야 하는 사명을 방기하고 포기하고 그것을 극단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이 영화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시네마 천국]의 유년은 달콤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그것이 부정되는 어른 토토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배신과 환멸의 끔찍한 시간들이다. 그래서 [시네마 천국]는 현실 세계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며 나아간다.

2. 세상이 아프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시네마 천국]은 유년의 완벽한 왕국만을 꿈꾸는 것으로 현실을 포기해버리자고 선동한다. 정말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현실을 포기하고, 그 진창에서 잠시동안 벗어나 유년의 왕국을 꿈꾸는 것으로 족한 것일까?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진실, 한 시인의 어투를 빌자면, 세상이 아프다면 우리는 그 세상 속에서 아파야 한다.(황지우) 내가 꿈 속에서 당신의 행복을 소망한다는 것과 당신의 행복을 위해 현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싸운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리고 이라크의 아이들의 눈동자에서 우리는 만나야 하는 것은 [시네마 천국]의 어린 토토가 아니라 역겹도록 추악한 정치와 현실이다. 이라크 아이들의 눈동자 속 소망이 꺼지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꿈이 아니라 실천인 것이다.


※ 별점

* 총평점 : ★★★★1/2 (다섯개 만점)

* 영화적 비전 : ★★★
* 대중 친화도 : ★★★★★

* 비주얼 : ★★★★★
* 내러티브 : ★★★★

* 음악 : ★★★★★
* 연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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