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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버디무비, 어설픈 로드무비, 어설픈 코미디, 어설픈 사회비판 - 쏜다 (2007) 프리뷰

2007. 10. 24. 06:19  |   리뷰  |   키노씨
#. 이 글은 프리뷰입니다. 당연히 스포일러의 불안을 고려합니다.

0. [델마와 루이스]의 대한민국 버전이면서 남자 버전이랄까.. 뭐 그런 느낌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버디 무비면서, 또 로드무비다. 물론 로드무비치곤 그다지 많은 곳을 여행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이 영화를 보자니, 박중훈의 [총잡이]도 생각나고, 최근 영화로는 [야수]의 이미지도 얼핏 떠오른다. 물론 가장 지배적인 분위기는 역시나 [델마와 루이스]이긴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쏜다 (Big Bang, 박정우. 2007)     
한국 / 로드무비. 버디무비 /  118 분  / 개봉 2007.03.14
   
감우성(박만수)
김수로(양철곤)
강성진(마동철)




1. 386에 대한 야유도 살짝 있다. 386에 대한 가장 세련된 야유는 [음란서생]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그건 아주 은유적인 방식으로 형상화되서 발견하기가 좀 힘들긴 하지만. 이 영화에는 상투적인 정치 비판의 제스처도 있기는 하다. 물론 성공적이지는 못하다. 말 그대로 상투적이다. 세상을 비판하는 사설 읽는 그 이상의 느낌을 주지 못한다. 썩 괜찮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너무 틈이 많달까. 전체적으론 꽤 아쉽다. 이 아쉬움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아쉬움이다.

2.  무엇보다 일탈 혹은 폭주에 대한 설득력이 너무 부족하다.
마틴 스콜세지가 강조하는 것처럼 영화 자체가 교훈적(정치적)인 것은 상관없지만, 그 메시지를 '대사'를 통해 반복하면 그건 정말 반영화적인 영화작법이다. 이건 마르쿠제도 중요하게 지적한 예술적 표현양식에 대한, 나로선 매우 공감하는, 가설이다. 이런 지적은 뤼시엥 골드만도 동일하게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메시지는 그 메시지가 스며들어 있는 '형식'을 통해, 미학적 '스타일'을 통해 (쉽게 말해)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지, 그 메시지 자체로(대사로 ㅡㅡ; ) 전달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혹 그렇게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생명력과 "잠재적 에너지"이란 쉽게 휘발되어 버리고 만다. 우리가 초중고를 거치며 항상 들어왔던 '조회'시간의 훈례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대개는 이런 이유일테다.

4. 인물들의 정치적 포지션은 흥미롭지만, 역시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행정고시를 강요하는 주인공 아버지는 너무 희미한 외디푸스적 억압으로만 암시되고, 혹은 다른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설명'되고... 뜬금없이 마지막에 다시 '목소리'로 등장하는 식이다.

5. 영화가 전적으로 무겁거나 혹은 전적으로 가벼울 필요는 없고, 얼마든지 심각한 가운데서도 유머가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쏜다]의 경우엔 전체적인 조율에 실패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테다. 특히나 각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행위의 동기가 결정적으로 부족하고, 각각의 정치적, 상징적 포지션에 기계적으로 대입된 느낌이 강하다.

6. 사족

ㄱ. 레이싱 설정은 좀 골 때린다.
굳이 제작비 아깝게, 그럼에도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못한 이 설정은 없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굉장히 뜬금없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든다.
여기에 대해서는 설득력도 굉장히 부족하고, 상대역의 반응도 너무 상투적이고 재미없다.
거기에 시각적으로도 그다지 쾌감을 주지는 못한다.

ㄴ. 강성진이 연기한 캐릭터는 비현실적인 뿐더러, 그 비현실성이 갖는 쾌감도 전혀 없고, 그런 문제 형사가 이렇게 큰 사건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것도 좀 황당하고, 암튼 그렇다. 정말 왜 나왔는지 모를  인물이랄까... 그리고 강성진의 상투적인 연기도 꽤 아쉽다.

ㄷ. 감우성과 김수로에 대해선 굳이 논평을 생략해도 좋을 만한, 그럭저럭한 연기를, 예상 '충분히' 가능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건 좀 비판적인 어감으로 읽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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