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수용소에서 푸는 홀로코스트 퍼즐 - 인사이드 맨 (2006)
2007. 11. 3. 08:45 | 리뷰 |#. 스포일러에 대한 고려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다만 관극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정도의 스포일러는 없(는 것 같)습니다.
0. 역사 - 홀로코스트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비유적으로 묘사된다.
어떤 사실에 대한 흔적으로서, 그 내면화된 관성으로, 어떤 풍경처럼 그렇게, 인물들을 그 기억 안으로 가둔다.
'Inside Man' 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중층적이다.
911의 흔적으로 이 영화를 분석하는 시도들은, 911 이후 미국의 분열적인 모습을 표현하거나, 혹은 아(안)/적(밖)의 교란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이것이 911이후의 미국사회를 비유적으로 설명한다고 보기엔 좀 무리인 것 같다는 거다. 물론 그렇게 해석한다고 해서 그 해석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해석은 자유니까. 다만 그 해석이 그저 외적인 유사 이미지에 의한 것이라면 어쩌면 [인사이드 맨]의 진정한 전언을 소홀하게 취급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것도 굉장히 기상천외한 은행강도 이야기.
그 은행강도가 빈라덴이나 알 자르카위나 잠재적인 적인 아랍인에 대한 대유일까?
이건 전혀 아닌 것 같다.
영화는 의외의 풍경들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1. 퍼즐 -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 그리고 [쇼아]
미국의 실증주의적인 역사학자들은 홀로코스트가 유태인들의 공포가 만들어낸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주장하기도 한다더라(정성일한테 들은 얘기다). 그래서 만들어진 영화가 그 유명한 다큐멘터리 [쇼아. Shoah(멸절)](1985. 끌로드 란쯔만)다. 화면 가득 '살아남은' 유태인들이 끊임없이 진술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그저 그 살아남은 자들의 얼굴, 그 눈빛의 떨림, 그 흐느끼는 목소리만으로 그 야만의 '진실'을 증명하는 영화라고 한다.
각설하고, [인사이드 맨]은 [쇼아]의 방법을 차용하면서,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인터뷰가 [쇼아]의 방법이었다면, 진실 그대로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영화가 아니라, 퍼즐과 스릴러라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선 상업영화의 코드를 쫓는다. 그건 좋다/싫다를 말할 수는 있지만, 옳다/그르다를 말할 수는 없는 문제다. 이 퍼즐은 꽤 즐겁다.
이건 스포일러라서 좀 꺼려지지만( -_-;; )
[인사이드맨]이 빌어오는 퍼즐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이다.
2. 미장센 - 2006년의 미국 ; 혹은 수용소
스파이크 리의 장점은 선동적인 에너지다.
다만 그건 실패하기 쉬운 장점이다. [인사이드 맨]에서 스파이크 리는 [말콤X]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그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렇지 않는다면 그 역사는 무슨 의미겠는가?
무엇인가 말하려는, 설득하려는 선동적 에너지는 쉽게 계몽적이며, 권위적이며, 목소리만 높아지는 오류에, 유혹에 빠진다. 그런데 [인사이드 맨]은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인사이드 맨]에서 진짜 전언들, 그 스파이크 리의 목소리는 화면 속에 숨겨져 있다. 진실은 항상 숨겨진 방식으로 드러난다.
[말콤X]가 그 도식적인 화면톤의 변화, 그 뻔한 스토리의 전개, 그리고 역시나 계몽적인 수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인사이드 맨]은 훨씬 복잡하고, 좀더 풍성하다. 나로선 [인사이드 맨]의 가장 놀라운 성취는 그 화면의 설계면서, 그 화면 속에 스며들어 있는 문득 문득의 미장센들이다. 그들은 억압되어 있으며, 갇혀 있는데, 놀랍게도, (은행에) 갇혀 있는 자들과 (미국이라는 기만과 억압에) 갇혀 있는 자들은 문득 문득 겹친다. 그러니 미국이라는 거대한 억압과 기만의 장치, 그 거짓말 상자 속에 인물들은 모두 갇혀 있다.
그리고 인질들은 누가 범인인지 알지 못하고, 모두가 범인으로 의심받는다. 그건 아주 비유적이지만, 분명하게 미국의 본질을 까발린다. 그들은 갇혀 있는 자들이며, 미국은 일종의 수용소에 불과한 거다. 그 지점에서 911의 기억이 만든 또 다른 수용소 미국의 이미지는 홀로코스트의 기억으로서의 아우슈비츠와 겹쳐진다. 그리고 그것이 이성이라는 야만 위에 구축된 국가주의의 흔적이라는 점은 같다.
3. 역사적 진실과 그 해결 - 가짜 해피엔딩 ; 혹은 아이러니, 또는 유머
스파이크 리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덴젤 워싱턴은 역사의 진실을 믿는 자이고, 그 직업은 형사다. 조디 포스터는 그 역사적 진실을 덮기 위한 자본의 하수인으로 등장하고, 그 가운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 진실을 까발리기 위해 은행강도로 등장하는 클라이브 오웬이 있다. 그들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 그들은 물고 물린다. 현실은 그런 난잡한 이전투구이며, 정치는 경제와 공모하고, 그들은 진실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런데 영화는 손쉽게 해피엔딩으로 나아간다.
[인사이드 맨]에서 가장 아쉬운 건 그 결론이다.
정말 미국이란 사회에서, 그 기만의 공장에서 '진실'이라는 통조림을 만들기가 이렇게 쉬운 걸까?
그런데 그건 어쩌면 아이러니로서의 결론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유태인이 지배하는 미국사회에서 '껌둥이' 흑인이 그 유태인을 도와 나찌의 기억, 그 진실을 파헤친다. 그게 설마 가능할라구? -_-; 그러니 이 해피엔딩은 농담이거나, 유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결론은 정말 섬뜩한 결론이면서, 교활한 결론이다.
[인사이드 맨]은 결론의 불가해함, 혹은 그 함정을 염두에 두더라도 정말 의미심장한 영화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어쩌면 스파이크 리 최고 걸작일지도 모른다.
다만 관극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정도의 스포일러는 없(는 것 같)습니다.
0. 역사 - 홀로코스트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비유적으로 묘사된다.
어떤 사실에 대한 흔적으로서, 그 내면화된 관성으로, 어떤 풍경처럼 그렇게, 인물들을 그 기억 안으로 가둔다.
'Inside Man' 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중층적이다.
911의 흔적으로 이 영화를 분석하는 시도들은, 911 이후 미국의 분열적인 모습을 표현하거나, 혹은 아(안)/적(밖)의 교란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이것이 911이후의 미국사회를 비유적으로 설명한다고 보기엔 좀 무리인 것 같다는 거다. 물론 그렇게 해석한다고 해서 그 해석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해석은 자유니까. 다만 그 해석이 그저 외적인 유사 이미지에 의한 것이라면 어쩌면 [인사이드 맨]의 진정한 전언을 소홀하게 취급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은행강도, 혹은 진실의 사자들
외피의 내러티브는 은행강도 이야기다. 인사이드 맨 (Inside Man, 스파이크 리. 2006)
미국 / 추리극. 역사극 / 128 분 / 개봉 2006.04.21
덴젤 워싱톤 Denzel Washington : 키스 프레지어 역
조디 포스터 Jodie Foster : 마들린 화이트 역
클라이브 오웬 Clive Owen : 댈튼 러셀 역
크리스토퍼 플러머 Christopher Plummer : 아서 케이스 역
윌렘 데포 Willem Dafoe : 존 다리어스 역
미국 / 추리극. 역사극 / 128 분 / 개봉 2006.04.21
덴젤 워싱톤 Denzel Washington : 키스 프레지어 역
조디 포스터 Jodie Foster : 마들린 화이트 역
클라이브 오웬 Clive Owen : 댈튼 러셀 역
크리스토퍼 플러머 Christopher Plummer : 아서 케이스 역
윌렘 데포 Willem Dafoe : 존 다리어스 역
것도 굉장히 기상천외한 은행강도 이야기.
그 은행강도가 빈라덴이나 알 자르카위나 잠재적인 적인 아랍인에 대한 대유일까?
이건 전혀 아닌 것 같다.
영화는 의외의 풍경들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1. 퍼즐 -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 그리고 [쇼아]
미국의 실증주의적인 역사학자들은 홀로코스트가 유태인들의 공포가 만들어낸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주장하기도 한다더라(정성일한테 들은 얘기다). 그래서 만들어진 영화가 그 유명한 다큐멘터리 [쇼아. Shoah(멸절)](1985. 끌로드 란쯔만)다. 화면 가득 '살아남은' 유태인들이 끊임없이 진술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그저 그 살아남은 자들의 얼굴, 그 눈빛의 떨림, 그 흐느끼는 목소리만으로 그 야만의 '진실'을 증명하는 영화라고 한다.
▲ 계속되는 인터뷰
각설하고, [인사이드 맨]은 [쇼아]의 방법을 차용하면서,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인터뷰가 [쇼아]의 방법이었다면, 진실 그대로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영화가 아니라, 퍼즐과 스릴러라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선 상업영화의 코드를 쫓는다. 그건 좋다/싫다를 말할 수는 있지만, 옳다/그르다를 말할 수는 없는 문제다. 이 퍼즐은 꽤 즐겁다.
이건 스포일러라서 좀 꺼려지지만( -_-;; )
[인사이드맨]이 빌어오는 퍼즐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이다.
2. 미장센 - 2006년의 미국 ; 혹은 수용소
스파이크 리의 장점은 선동적인 에너지다.
다만 그건 실패하기 쉬운 장점이다. [인사이드 맨]에서 스파이크 리는 [말콤X]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그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렇지 않는다면 그 역사는 무슨 의미겠는가?
무엇인가 말하려는, 설득하려는 선동적 에너지는 쉽게 계몽적이며, 권위적이며, 목소리만 높아지는 오류에, 유혹에 빠진다. 그런데 [인사이드 맨]은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인사이드 맨]에서 진짜 전언들, 그 스파이크 리의 목소리는 화면 속에 숨겨져 있다. 진실은 항상 숨겨진 방식으로 드러난다.
[말콤X]가 그 도식적인 화면톤의 변화, 그 뻔한 스토리의 전개, 그리고 역시나 계몽적인 수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인사이드 맨]은 훨씬 복잡하고, 좀더 풍성하다. 나로선 [인사이드 맨]의 가장 놀라운 성취는 그 화면의 설계면서, 그 화면 속에 스며들어 있는 문득 문득의 미장센들이다. 그들은 억압되어 있으며, 갇혀 있는데, 놀랍게도, (은행에) 갇혀 있는 자들과 (미국이라는 기만과 억압에) 갇혀 있는 자들은 문득 문득 겹친다. 그러니 미국이라는 거대한 억압과 기만의 장치, 그 거짓말 상자 속에 인물들은 모두 갇혀 있다.
▲ 은행 바깥, 또 다른 수용소
그리고 인질들은 누가 범인인지 알지 못하고, 모두가 범인으로 의심받는다. 그건 아주 비유적이지만, 분명하게 미국의 본질을 까발린다. 그들은 갇혀 있는 자들이며, 미국은 일종의 수용소에 불과한 거다. 그 지점에서 911의 기억이 만든 또 다른 수용소 미국의 이미지는 홀로코스트의 기억으로서의 아우슈비츠와 겹쳐진다. 그리고 그것이 이성이라는 야만 위에 구축된 국가주의의 흔적이라는 점은 같다.
3. 역사적 진실과 그 해결 - 가짜 해피엔딩 ; 혹은 아이러니, 또는 유머
스파이크 리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덴젤 워싱턴은 역사의 진실을 믿는 자이고, 그 직업은 형사다. 조디 포스터는 그 역사적 진실을 덮기 위한 자본의 하수인으로 등장하고, 그 가운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 진실을 까발리기 위해 은행강도로 등장하는 클라이브 오웬이 있다. 그들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 그들은 물고 물린다. 현실은 그런 난잡한 이전투구이며, 정치는 경제와 공모하고, 그들은 진실을 가장 두려워한다.
▲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실'이다. 그들은 거래하고, 은폐하려고 한다.
그런데 영화는 손쉽게 해피엔딩으로 나아간다.
[인사이드 맨]에서 가장 아쉬운 건 그 결론이다.
정말 미국이란 사회에서, 그 기만의 공장에서 '진실'이라는 통조림을 만들기가 이렇게 쉬운 걸까?
그런데 그건 어쩌면 아이러니로서의 결론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유태인이 지배하는 미국사회에서 '껌둥이' 흑인이 그 유태인을 도와 나찌의 기억, 그 진실을 파헤친다. 그게 설마 가능할라구? -_-; 그러니 이 해피엔딩은 농담이거나, 유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결론은 정말 섬뜩한 결론이면서, 교활한 결론이다.
▲ 서로 다른 소수자들, 흑인과 유대인
[인사이드 맨]은 결론의 불가해함, 혹은 그 함정을 염두에 두더라도 정말 의미심장한 영화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어쩌면 스파이크 리 최고 걸작일지도 모른다.
※ 별점
* 총평점 : ★★★★★ (다섯개 만점)
* 비전 : ★★★★★
* 대중 친화도 : ★★★★
* 비주얼 : ★★★★★
* 내러티브 : ★★★★
* 총평점 : ★★★★★ (다섯개 만점)
* 비전 : ★★★★★
* 대중 친화도 : ★★★★
* 비주얼 : ★★★★★
* 내러티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