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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2006) 프리뷰 : 한 소녀의 피흘리는 소망에 대한 이야기

2008. 2. 16. 12:11  |   리뷰  |   키노씨
#. [오퍼나지] 개봉에 즈음에서 예전에 썼던 글을 옮겨옵니다.
이 글은 스포일러의 불안을 고려합니다.
스포일러 (전혀, 혹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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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El Laberinto Del Fauno, 2006)
길예르모 델 토로





[판의 미로]는 정말 쉽게 만날 수 없는 영화다.


 

0. 스페인내전

나에게 스페인내전은 피카소의 게르니카(Guernica)로 기억될 뿐이다.
독재자 프랑코의 승리(1939년 3월 28일 프랑코군의 마드리드 입성)로 끝난 스페인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으로 불리었고, 이후 37년간의 프랑코 독재로 이어진다. 이게 지금 내가 찾아본 스페인내전에 대한 '상식'적인 내용이다.

 
1. 갑자기 스페인내전에 관심이 생긴 건 오로지 [판의 미로] 덕분이다.

영화는 스페인내전의 상처를 한 소녀의 눈으로 꿈꾸듯 바라본다. 소녀의 눈에 비친 그 내전은 판타지의 반대편에 있으며, 판타지는 전쟁의 반대편에 있다. 다만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살을 맞대고 있는 '현실'이다. 꿈과 현실, 현실과 꿈, 이 대립적인 이분법을 영화는 매혹적인 방식으로 뛰어넘는다.

현실은 꿈에 기대어 있으며, 꿈은 다시 현실 속에서 피어난다.


2. 소망에 관한 이야기

추악한 현실에서 꿈같은 판타지를 만나게 하는 건 '소망'이다.
그건 현실과 동떨어진 소망이 아니다.
그 소망은 현실 속에서 '피흘리는' 소망이다.

[판의 미로]가 보여주는 판타지는 물론 [해리포터]의 소년 취향의 신나는 모험담도 아니고, [반지의 제왕] 같은 웅장한 서사 스펙터클도 아니다. 다만 여기에는 꿈과 현실을 만나게 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과연 그 둘은 만날 수 있을까?
 

3. [판의 미로]는 [안네의 일기] 판타지 버전이다.

소녀의 희망이 실현되는 순간, 그 소녀는 현실에는 없고, 현실이 그 소녀에게 강요했던 잔인함은 나무로 피어난다. 그 나무는 진실로 보고자 하는 자에게만 그 푸르름을 보여 줄 것이다. 그리고 그 푸름과 초록 속에서 우리는 소녀의 희생을 기억해야만 한다. 그 소녀의 간절한 바람과 눈물이 지금/여기에서 어떤 의미로 다시 피어나고 있는지를 우리는 근심해야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걸작이다.
놓치지 마시길.

 


p.s.
켄 로치의 [랜드 & 프리덤]을 나는 이제까지 보지 않고 있었다. 왠지 지루하고, 교훈적이지 않을까.. 그런 염려가 마음 속에 있었던 거지. 가급적 빨리 켄 로치의 [랜드 & 프리덤] 볼 생각이다. 물론 이 영화도 스페인내전을 다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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