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21

영화 TV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단상들

실연하고 밥먹기

2009. 2. 11. 20:54  |   단상들  |   키노씨

왕가위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잔상은 실연하고 입 안에 뭔가를 넣는 여자들이다.
그녀들은 국수를 먹거나(타락천사),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그녀들은 이제 세상이 끔찍하게 싫어졌고, 정내미 떨어졌다.   
그는 떠났다.
이제 그 웃음도 그 따뜻한 공기들 사이를 떠돌던 봄날 햇빛 같은 음악도 그녀들 곁에는 없다.
그런데도 그녀들은 뭘 그렇게 꾸역꾸역 먹는걸까.
그건 희망인걸까, 아니면 환멸인건가, 아니면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던걸까.

왕가위를, 아니 그 이미지들을 정말, 그 날, 그 시간의 햇빛들처럼 애착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건 별로 남아 있지 않은건지... 아무튼 왕가위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벌써 세 번째 끊어서 보고 있다. 그 다음을 넘기기가 너무 아쉬워서가 아니라, 보기는 봐야겠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와 무기력과 지루함 때문에 이제 겨우 이십 몇분쯤을 봤을 뿐이다.
이 영화는 아무래도...
한 한달은 걸쳐서 보게 될 것 같다.
물론 아예 보다가 말지도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것이 참 식상하고, 지루하며, 환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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