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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헤어스프레이 : 춤추고, 노래하고, 저항하라.

2009. 6. 14. 06:00  |   프리뷰  |   키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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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Hairspary. 2007. 아담 쉥크만. 뉴라인시네마)


헤어스프레이는 걸작이다.
헤어스프레이는 뮤지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리고 나는 완전히 그 매혹적인 노래와 춤, 홀린듯 사랑스러운 이미지들에  빠져버렸다. 이 영화는 [싱잉 인 더 레인]만큼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희망이라는 메시지, 그렇게 오래도록 원형적인 이미지로 남아 마음 속 깊이 새겨지는 예술의 잠재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떤 계몽적인 영화보다 혁명적이다.

영화 속 니키 브론스키는 삶의 신비를 위해 정말 온 힘을 다해 세상과 즐겁게 싸우는 우리시대의 빨강머리 앤같 다. 니키는 정말 빨강머리 앤 이후, [중경삼림]의 왕정문,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에밀리 왓슨 이후로, 가장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캐릭터다. 60년대 미국 볼티모어를 공간적인 배경으로, 인종갈등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헤어스프레이]는, 물론 그 예상 가능한 드라마의 관습을 크게 넘어서지는 않지만, 그 진부함을 깨뜨리는 방식은 탁월하다.

영화 속의 사랑스럽고, 생명으로 충만한 몸짓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처럼 날라리를 동경하는 몸치들도, 몸이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런데 몸만 들썩이게 만드는 여느 뮤지컬 영화와는 다르게 [헤어스프레이]는 우리의 마음을 들썩거리게 만든다.

마음으로 노래하고, 영혼으로 춤출 수 없다면, 그 싸움, 그 저항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헤 어 스프레이]는 60년대의 정신, "불가능을 요구하라!" "모든 비인간적인 것들에 저항하라!"는 혁명과 저항의 정신을 미국식 뮤지컬 영화의 관습 속에서 해석한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헤어스프레이]는 "희망, 그게 뭐예요?"라고 묻는 우리시대의 우울한 회색인들을 위한 영화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를 기만적인 위선으로 질식시키는 위선적인 꼰대들, 경직된 교조주의자들을 진심을 다해 즐겁게 유혹하는 영화다.

꼰대들이여, 교조주의자들이여!
이 영화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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