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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녀 단상 : 미수다 혹은 포르노의 구조

2009. 11. 11. 13:46  |   TV/방송/광고  |   키노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라서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글은 19금이다. 다만 이를 강제할 장치를 알지 못하는 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님들하께선 자율적으로 피하시길. 야한 짤방도 없고, 음란한 문구도 없지만 괜히 신경쓰여서. 암튼 짧은 글.

0. 사건개요 : 지상파 국영 공영 TV방송인 [미수다]에서 여대생이 떼로 나와 소위 "미녀"(제정신이라면 자막으로 "미녀들"이라는 걸 내보낼 수 있을까 싶은데, 그걸 내보내더라... ㅎㄷㄷ)들과 수다를 떨었는데, 그 중 한 여대생이 "남자는 180Cm 이하는 루저"라고 발언. 무개념 루저녀로 찍혀 신나게 마녀사냥 당하고 있는 중이다. 간단히 지적하고 가는데 이건 마녀사냥 맞다. 기운 남아돌면 "남자 180cm 이하는 루저"라고 생각하는 여대생들 다 찾아서 족치시던가. 정말 기운 남아돌고 할 짓 없으면. ㅡ.ㅡ;

1. 우선 전제 : 종종 밝혔던 바, 나는 포르노를 지지한다. 포르노에 대해 별다른 부정적 편견 없다. 소프트 포르노라면 뭐 꽤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물론 하드 포르노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다. 거기에서도 벗어난 포르노는 범죄가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것만은 규제 찬성이다. 그러니 나는 제한적인 포르노 합법론자다. 룸살롱 왕국 대한민국은 주지하다시피 포르노가 불법이다. 돈 있는 놈은 텐프로에서 '레알'로 신났는데, 돈 없는 놈은 '눈알'로 대신하겠다는 것도 (어쨌든) 불법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참 동방예의지국스럽다. 뭐 좀 위악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사실이 그런 걸 뭐. 섹스는 가장 정치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나는 대체로 하루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섹스는 공짜"를 그럴듯하게 이야기로 꾸며내는 하루키에 대해선 뭐 좀 끌리는 편이긴 하다. 섹스는 공짜라니... 이런 잠꼬대 같은 소리를 어떻게 그토록 그럴듯하게 지어낼 수 있단 말인가!!

2. 수상 소감 : 나는 TV 수상기 없다. 한 1년 남짓 됐다. 그래서 미수다 무려 다운 받아서 봤다. 지루함을 예상했지만 이 정돈지는 몰랐다. 1.5배속으로(종종 2배속에 가깝게) 돌려보는데도 지루해 죽는줄 알았다. 이 프로그램이 아직도 살아남은게 정말 이해되지 않는데, 뭐 취향이야 제각각이니까. 암튼 자신이 졸 이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표정이 다수 포착된 발랄끔찍한 여대생들이 나와서 굉장히 짜증나는 무개념 발언들을 끊임없이 연속콤보로 날린다. 암튼 그 발언들이 문제되니까 특히 찍힌 무개념 루저녀는 "대본을 강요했다"고 설레발치고, 제작진에선 "강요한 적은 절대 없"다고 설레발친다. 물론 연예 저널리즘은 신났고, 4대강 첫 삽질도 신났다. 대본이라고 그냥 읽는 그 루저녀도 루저녀지만, 문제되니까 강요는 안했다는 미수다 제작진도 뭐 막상막하다. 그래서 이게 마녀사냥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시쿵둥한거다. 솔직히 이번 기회에 이 프로그램은 끝장나면 좋겠다(끝장나야 한다고 아니라 끝장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지상파에서 틀어주긴 너무 기만적으로 막장스럽다.

3. 결론 : 이건 포르노다. 포르노는 포르논데 말로 하는 포르노다. 그런데 좀 하드하다. 그러니까 내가 좀 싫어하는 류다. 이 "루저"  방송분은 좀 심하게 악질적인데, 왜냐하면 자기가 포르노라는 걸 모른 척하고, 그걸 위장하며, 심지어는 포르노도 교양이란 말야! 우기는 것 같은 포르노이기 때문이다. 나는 도덕이나 관습으로 뭔가를 억압하려는 시도에 대해 극단적인 반감을 갖는 편이지만, 좀더 솔직히 말하면 이런 개차반을 지상파로 틀어주느니 그냥 소프트 포르노를 합법화해서 틀어주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 방송 15금이던데 이건 15금으로 할게 아니라, '여자 170cm, 남자180cm 이상만 시청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농담(유골)이다.

4. 잠시 딴 생각 : 최근에 알게 된 미국 드라마 중에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화창. It's Always Sunny in Pilladephia]이란  드라마가 있다. 여기서 주인공들(남자 셋 + 여자 하나 + 데니 드 비토)이 하는 짓도 정말 개차반인데, 이건 보고 있노라면 저질도 이런 생저질이 없다. 그런데 그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개차반이란 걸 안다. 자신들이 생저질이란 것도 알고, 그걸 뭔가로 위장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럴듯한 도덕적 합리화를 시도하지는 않고 스스로 개차반 루저가 됨으로써, 스스로 극악의 막장들을 실천함으로써 오히려 사회의 위선과 기만을 그 드라마는 까발긴다. 그러니까 [미수다]랑 정반대 컨셉이다.

5. 이유 : 좀더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포르노에서 남자란 KㅓK 크면 장땡이다. 미수다 "루저"편에서 남자란  키크면 장땡이다. 거의 동일한 논리로 어쨌든 크면 장땡이고, 그게 좋다는거다. 그런데 포르노에선 구질구질하게 KㅓK이 크면 장땡인 걸 합리화하거나,  KㅓK이 작다고 조롱하지는 않는다. 특히 소프트 포르노에선 더욱 그렇다. 무슨 무슨 이유를 들어 설명하지 않는다. 크면 큰데로 장땡이지만, 작다고 뭐라 타박하지 않고 열심히 붕가붕가한다. 그런데 미수다에선 아주 구질구질하게, 그리고 때론 역겹게 KㅓK이 크면 장땡인 걸 설명하고, 합리화하려고 아주 무던 애쓴다. 내가 이쁜 여자 좋아하는 것처럼, 그 루저녀는 큰게 좋다는거다. 여기까진 뭐 그렇다 치자. 그런데 문제는 작으면 루저라고 생각한다는 그 나치스런 발상에 있다. 이게 정말 대본 설정이라면 개인적으론 방송역사상 이휘재의 '롱다리' 발언 이후로 최고의 막장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20대 초반의 여대생들 심리에선 이런 발언들은 별다른 쇼킹할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런 막장을 계산해서 설계한 미수다의 하드 코어한 구성에 있다고 하겠다. 정말 저질들이다, 미수다 제작진들은. :D

6. 사족 - 미수다 "루저" 편의 구조 : 대본에서 전체 이야기 구조를 미리 설계하고 있다는 전제에서(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하는데) 미수다 "루저" 편의 구조를 간략 분석해보면 이렇다.
ㄱ. 여대생들은 전반적으로 '무개념 + 된장녀' 모드를 의도한 것 같고, '미녀들'은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여성형을 의도한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상식적인 추정인데, 여대생들은 대체로 대본에 좀더 종속적인 것 같고, 소위 "미녀들"은 좀더 자율성을 부여받은 것 같다. 암튼 양자는 당연히 충돌, 갈등하고, 왔다갔다의 핑퐁게임을 거치면서 결국엔 화해모드에 돌입하는 하는데, 이번 방송분에선 '갈등'국면에서 좀 심하게 삑사리 난 거다.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제작진 욕심이 커서 좀 심하게 여대생 쪽에서 무개념이 탄생한거지. 하지만 [미수다]의 주인공은 소위 "미녀들"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ㄴ. 여대생들의 무개념 발언들로 소위 "미녀'들과의 갈등은 좀더 부각되고, 여기에서 연예인 남성 출연자들은 양쪽의 양념 역할을 하면서 그 갈등을 조율한다.
ㄷ. 특히 캐나다의 뭐시기양, 대만의 뭐시기양은 합리성과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크리스티나는 이 모든 갈등을 결국 조정하는 화해자 역할을 맡게 된다.
ㄹ. 그러니까 루저녀가 주장하는 바 그녀가 이 논픽션인 척하는 철저한 픽션 토크쇼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다시 개인적인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바, 이 프로그램은 없는게 낫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건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했다고 보기엔 너무 막장이고, 너무 저질이다. 그냥 제작진의 삑사리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에선 사라지는게 낫겠단 생각엔 변함없다. 아니면 '4대강에서 삽질하는 미녀들 편'을 제작해주던가.


추.
'지하철 똥꼬치마' 논란을 함께 다룰까 싶었는데 귀찮아서 포기. 공 떠넘기기 혹은 희생양 만들기랄지, 막장 대한민국의 욕망, 그 바닥을 교양스럽게 꾸민다는 설정이랄, 양 사건은 구조적인 유사점이 다수 관찰된다. 다만 이미 좋은 글이 있다. 마법사님께서 쓰신 글인데 공감가는 구절이 참 많다. 일독 강추. 다만 블로그 우클릭 제한 설정 좀 풀어주시면 참 좋겠는데... ^ ^;

마법사, 엣지있고 간지나는 진보??
http://blog.naver.com/wizaard/20092972159

 

* 발아점
"심지어 미수다에게도 지고 있다-_-;;;;;"
이 구절을 읽고 이게 뭔가 싶어서... 찾아보게 됐다능..;;;

 

* 관련 추천
내 상스런 관점과는 전혀 시각을 달리하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들.
키는 경쟁력 : 대한민국 표준에 대한 욕망 (레오포드)
무개념 루저녀와 공작새 꼬리효과 (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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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펭귄(2009.임순례) : 중산층의 배부른 고민에 대한 고민 없는 면죄부

2009. 10. 8. 08:42  |   프리뷰  |   키노씨

#. 이 글은 스포일러 (전혀, 민감한 경우라면 거의) 없습니다.

날아라펜귄

0. 인권위에서 제작비 댄 영화. 정확한지건진 모르겠는데 '만든 사람들 자막'에 올라간 제작자가 MB정부 비판하면서 떠난 전(前)인권위원장 안경환인 것 같다. 동명이인인지 모르겠지만 신기했다능.

1. 좋게 보면. 사교육. 직장내 소외. 기러기(펭귄)아빠. 노년(황혼이혼)이라는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균형감 있는 접근.

2. 나쁘게 보면. 중산층의 배부른 고민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는 면죄부.

3. 연기는 썩 훌륭하지도 썩 어색하지도 않은 기대에 딱 부합하는 정도. 문소리가 "요즘 젊은애들은..."하면서 어처구니 없어하는 정도가 인상적으로 기억난다. 손병호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배운데, 뭐랄까 좀 심심하게 역할 자체가 스테레오타입이다.

4. 실험적인 이미지, 전복적인 서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몇몇 신경 쓴 디테일들(가령 거북이, 채식주의) 역시 좀 식상하다는 느낌이 앞선다. 특히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나?'... 좀 손발이 오그라드는 착함이랄까(그래서 그게 위선이라는 건 아니지만 좀 별종같다는 느낌, 친하지 않은 느낌.. 뭐 그런 것).

5. 결론은.. 보는 동안은 꽤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영화. 보고 나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40대 이상의 직장인 주부가 보면 꽤 좋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니 임순례를 작가라고 기대한다면 피하길  권한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착하고, 적당히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면서, 큰 과장 없이 담백하고, 맛깔스런 영화를 기대한다면 충분히 권할만한 영화라는 생각이다. 

추.
제목은 나름 미끼다(이게 솔직히 무슨 호기심을 자극하겠냐만..ㅎㅎ).
나는 이 영화가 싫지 않다.


참조. 영화 상영시각표 (2009-10-08 기준)
씨너스 이수 - 서울 동작구 사당동  :  09:30  13:45  18:00  20:10
CGV-압구정 - 서울 강남구 신사동 (구 씨네플러스) : 10:00  14:20  18:40  23:00
미로스페이스 - 서울 종로 : 11:30  16:00  18:20  20:30   
씨네코드(선재) - 서울특별시 종로 : 10:40  14:30  18:30  20:40
아트하우스 모모 - 서울 서대문구 :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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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헤어스프레이 : 춤추고, 노래하고, 저항하라.

2009. 6. 14. 06:00  |   프리뷰  |   키노씨
* 스포일러 안내 : 이 글은 스포일러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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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Hairspary. 2007. 아담 쉥크만. 뉴라인시네마)


헤어스프레이는 걸작이다.
헤어스프레이는 뮤지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리고 나는 완전히 그 매혹적인 노래와 춤, 홀린듯 사랑스러운 이미지들에  빠져버렸다. 이 영화는 [싱잉 인 더 레인]만큼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희망이라는 메시지, 그렇게 오래도록 원형적인 이미지로 남아 마음 속 깊이 새겨지는 예술의 잠재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떤 계몽적인 영화보다 혁명적이다.

영화 속 니키 브론스키는 삶의 신비를 위해 정말 온 힘을 다해 세상과 즐겁게 싸우는 우리시대의 빨강머리 앤같 다. 니키는 정말 빨강머리 앤 이후, [중경삼림]의 왕정문,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에밀리 왓슨 이후로, 가장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캐릭터다. 60년대 미국 볼티모어를 공간적인 배경으로, 인종갈등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헤어스프레이]는, 물론 그 예상 가능한 드라마의 관습을 크게 넘어서지는 않지만, 그 진부함을 깨뜨리는 방식은 탁월하다.

영화 속의 사랑스럽고, 생명으로 충만한 몸짓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처럼 날라리를 동경하는 몸치들도, 몸이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런데 몸만 들썩이게 만드는 여느 뮤지컬 영화와는 다르게 [헤어스프레이]는 우리의 마음을 들썩거리게 만든다.

마음으로 노래하고, 영혼으로 춤출 수 없다면, 그 싸움, 그 저항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헤 어 스프레이]는 60년대의 정신, "불가능을 요구하라!" "모든 비인간적인 것들에 저항하라!"는 혁명과 저항의 정신을 미국식 뮤지컬 영화의 관습 속에서 해석한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헤어스프레이]는 "희망, 그게 뭐예요?"라고 묻는 우리시대의 우울한 회색인들을 위한 영화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를 기만적인 위선으로 질식시키는 위선적인 꼰대들, 경직된 교조주의자들을 진심을 다해 즐겁게 유혹하는 영화다.

꼰대들이여, 교조주의자들이여!
이 영화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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