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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과 장자연 : 두 개의 죽음이 남긴 두 가지 풍문

2009. 3. 31. 09:08  |   감독/배우  |   키노씨
1. 고 최진실과 고 장자연의 죽음은 그녀들 자신에게, 그녀들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그리고 그녀들을 사랑했던 모든 대중들에게 몹시 불행한 사건이다. 그녀들의 죽음은 당연히 사적인 죽음이면서, 그 여배우들 간의 명성이나 관심의 부피가 갖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매우 공적이며, 사회적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아무튼 그 여배우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연히 풍문이 따라붙는다. 그녀들의 죽음에 대해 '그건 우울증 때문'. 이렇게 끝내 버리면, 그건 냉정하고,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이 죽음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더 보태기 싫다는 의미다. 그건 쿨한게 아니라 마땅히 사회성원으로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인 관심사에 대해 게으른거다. 그건 죽음에 대해 경건한 게 아니라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인 의미에 관심을 주기 싫다는 의미일 뿐이다.

2. 최진실에 따라 붙였던 풍문은 '악플'이었다. 장자연에게는 '성상납' 혹은 '장자연 리스트'라는 풍문이 따라붙는다. 그 두 개의 풍문은 서로 다른 맥락에서 너무도 대비되는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다. 악플이라는 풍문에 대해 나는 저항적이었다. 그 풍문은 실체를 확정하기 어렵고, 사건과의 인과를 확정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것은 항상 풍문일 수 밖에 없는 풍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풍문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거대해진다. 그리고 아주 적극적으로 정치적으로 활용된다.

장자연의 풍문은 이와는 사뭇 다른 종류의 풍문이다. 장자연 풍문은 그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사건과의 인과를 좀더 구체적인 관점에서 접근시켜 볼 수 있는 풍문이다. 역시나 나는 이 풍문이 사건(자살)과 인과관계를 갖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그걸 증명할 도리가 없다. 그걸 증명하더라도 자살은 자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풍문은 다른 부가적인 사건에 닿아 있다. 자살의 정황으로 등장하는 그 다른 사건이란 권력에 의한 '합법적인 강간'사건이다. 이 합법적인 강간(혹은 배임수증)의 필요적 공범(반드시 공범형태로만 범죄가 성립하는 사건, 이를테면 간통, 뇌물죄 등)이면서, 대상이며, 그 자신이 도구 자체인 것이 바로 '여자의 몸'이다. 이걸 소위 '기획사'에서 말그대로 기획했다면 심상정이 "...그 사무실이야 말로 여성의 아우슈비츠"라고 표현이 과하다고만 생각되지는 않는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하긴 하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263

그걸 형법 용어로 풀면 '돈 대신 성(性)이 청탁의 수단인 뇌물처럼 쓰이는' 배임수증관계(주는 쪽은 뇌물증재, 받는 쪽은 배임수재)다. 이처럼 성(性)이 뇌물처럼 쓰이는 경우, 그 형사사건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 풍문은 수사할 필요가 존재하는 거다. 이렇게 두 사건은 서로 다른 사회적인 의미를 갖지만, 그 풍경은 전혀 달리한다.

배임수증관계에 대해 좀더 풀어쓰면 이렇다. 어떤 연예인이 자신을 광고모델을 시켜준다거나 방송 등에 출연시켜 줄 것을 약속 받고 금품 등 제공 없이 (광고주, 혹은 방송사 PD, 제작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면 그 성을 상납한 연예인은 '배임증재'행위를 한 셈이고, 이것이 기획사에 의해 이뤄졌다면 기획사(대표)는 그 배임증재의 공범이 된다. 그리고 성을 상납받고 광고모델을 시켜주거나, 방송들을 출연시켜 준 광고주나 PD 등의 행위는 '배임수재'가 된다.

제357조 (배임수증죄)
①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95·12·29]
②제1항의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95·12·29]

풍문에는 두 개의 집단이 등장한다.
하나는 만만한 네티즌이고, 그들은 도무지 특정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또 하나는 이른바 "유력인사들"이고 그들은 지극히 특정하기 쉬운 존재들이다.

3. 최진실의 풍문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악플 네티즌에게 증오를 집중하고, 법안을 마련한다는 둥의 온갖 굿거리를 펼친다. 어떤 도덕심 충만한 연예기자는 고인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악플'을 때려 잡아야 법안 마련에 기꺼이 찬동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저 무식한 악플러들 때려잡아야 최진실이 죽어서도 눈을 감는다고 선동하는 듯 하다. 그렇게 사회적인 정의감에 불타던 연예기자는 이번 장자연의 죽음에 대해선 마치 샤먼이라도 되는 양 고인의 유지를 거론하며 장자연 문건에 대해서는 신중하자고 사뭇 경건한 이야기를 한다.

4. 장자연의 풍문에 대해선 정치권과 언론은 드디어 자신들의 '지옥'을 만났다. 이번에는 때려잡아야 하는 대상이 만만한 네티즌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일부)이다.  '네티즌'이라는 편리한 이름으로 무시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 자신들의 동업자들, 혹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유력인사"이며, "광고주"들이다. 이제 명백하게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존재한다. 난감한거다. 장자연 리스트는 명백하게 대한민국 권력의 한복판을 뜨겁게 태우고 있는 지옥의 화염이다. 이제는 그 지옥이 악플 때려잡아야 하는 불특정의 네티즌이 아니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력인사"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5. 드디어 그들이 지옥을 만났다.
고매한 언론에 의해 악플 남기고, 장자연으로 장사하는 파렴치한으로 전락한 이등시민 네티즌이 이제 일등시민들의 지옥을 관람할 때다. 이것은 단순한 복수의 감정이 아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껍질을 깨는 자기 반성과 성찰과 새로운 파괴적인 창조를 위한 창건적인 복수다. 그들이 지옥에 빠지기 전에는 우리는 그들의 욕망을 모방했고, 그 욕망을 탐냈으며, 시기하고 질투했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인 강간이 합법적인 연애가 되는 건 전혀 아니다. 우리의 타락을, 우리 내부의 파괴적인 욕망을 반성하더라도, 그들의 욕망과 타락을 우리는 비난해야 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게 적어도 네티즌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저들에 의해 '이등시민'의 다른 표현으로 모멸당하는 일을 막는 길이다. 이건 명백하게 우리 안에 있는 욕망에 대한 싸움이고, 그 부끄러운 모방욕구에 대한 싸움이며, 현실적으론 그 타락한 욕망의 전범에 대한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이등시민이고, 그래도 싸다.

그게 "유력일간지 사장"이건 물타기처럼 등장하고 있는 "인터넷언론사 사장"이건 상관없다.
끝까지, 철저히 조사해서 마지막 한 줄까지 그 이름을 공개하라!



* 발아점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14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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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하고 밥먹기

2009. 2. 11. 20:54  |   단상들  |   키노씨

왕가위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잔상은 실연하고 입 안에 뭔가를 넣는 여자들이다.
그녀들은 국수를 먹거나(타락천사),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그녀들은 이제 세상이 끔찍하게 싫어졌고, 정내미 떨어졌다.   
그는 떠났다.
이제 그 웃음도 그 따뜻한 공기들 사이를 떠돌던 봄날 햇빛 같은 음악도 그녀들 곁에는 없다.
그런데도 그녀들은 뭘 그렇게 꾸역꾸역 먹는걸까.
그건 희망인걸까, 아니면 환멸인건가, 아니면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던걸까.

왕가위를, 아니 그 이미지들을 정말, 그 날, 그 시간의 햇빛들처럼 애착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건 별로 남아 있지 않은건지... 아무튼 왕가위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벌써 세 번째 끊어서 보고 있다. 그 다음을 넘기기가 너무 아쉬워서가 아니라, 보기는 봐야겠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와 무기력과 지루함 때문에 이제 겨우 이십 몇분쯤을 봤을 뿐이다.
이 영화는 아무래도...
한 한달은 걸쳐서 보게 될 것 같다.
물론 아예 보다가 말지도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것이 참 식상하고, 지루하며, 환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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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단상 : 스트롱 베이비 vs. 빌리진

2009. 2. 8. 20:03  |   TV/방송/광고  |   키노씨
스트롱 베이비 REMIX (Billie Jean sneaky copycat ver)
http://blog.summerz.pe.kr/1363


써머즈가 오랜만에 표절 고발 포스팅을 했길래... 뭔가 하고 읽었다.
빅뱅 승리군의 '스트롱 베이비'에 관한 포스팅인데 이 글은 그 고발 포스팅을 접한 짧은 단상이다.



0.
나는 써머즈의 글이 아니었다면 승리군의 '스트롱 베이비'를 들을 일 없었을거다. 그리고 앞으로도 들을 일이 (거의 확정적으로)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이 쓰레기 표절곡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이미 받은 스트레스야 그렇다고 치고, 별로 없을 거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불쾌를 이미 느낀 이들을 대신해서 ... 정말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마음으로 가볍게 써본다.


1. 변비스럽달까? 똥싼 바지 입고 물구나무서기하는 기분이랄까?

뭔가 싶어서 써머즈의 리믹스 버전 말고 '스트롱 베이비'를 유튜브에서 찾아서 들어봤다.
결론적으로 정말 이런 기분 들게 하는 노래는 또 오랜만이다.

마이클 잭슨 '빌리진'이란 곡을 좋아하는 사람(나도 무척 좋아하는 곡인데)에게는 이건 정말 고문 수준이다.

* 참조 기사. 한국팬 선호 1위 마이클 잭슨 노래 '빌리진' (조선닷컴. 클릭은 비추)
2008년 12월 24일 ...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들 중 한국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빌리 진(Billie Jean)’이었다. ...

써머즈도 지적하는 바지만, 베끼려면 제대로 베끼지 왜 베끼다 말아서 원곡인 '빌리진'에 대한  감수성까지 뒤죽박죽을 만드는건지, 왜 그 아련한 향수까지 (순간이긴 하지만) 개박살 내는건지 모를 일이다. 이건 정말 노래가 아니라, '테러'라고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아무리 요즘 청소년들을 상대로 장사하려고 베꼈다고 해도....
그러니 요즘 청소년들이 빌리진이란 노래를 모를거라고 생각했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다.

이 쓰레기 표절곡을 듣고 있노라니,  이건 뭐 쏭 잘 누던 내가 갑작스럽게 변비환자라도 된 기분이다. 속이 답답하고, 쏭 눠야 할 것 같고.... 그런다.


2. 누가 이런 뻘짓을 했나?

궁금해서 '스트롱 베이비 작곡'을 찾아봤다.
뭐 가사야 베낀 건 아닐테니까, 물론 빌리진과 스트롱 베이비... 라니 가사도 영감을 얻었나 싶기는 하다.

‘스트롱 베이비’는 지드래곤이 비의 ‘레이니즘’의 배진렬 작곡가와 공동으로 만든 세련된 팝스타일의 댄스곡이다.  ( 스포츠동아 )

이런 홍보용 기사가 검색되더라.

작곡가라....
세련된 팝스타일의 댄스곡이라....

말문이 막히고, 항문까지 막힌다(내 블로깅 역사에서 세 번째다)(참고 첫 번째, 두 번째)


3. 그래서 이번엔 '배진렬 표절 빌리진'으로 검색해봤다.

결과가 없다.
이런 이상한 결과만 보여줄 뿐.



4. 이번엔 '스트롱 베이비 빌리진 표절'로 검색해봤다.

관련기사는 없는 것 같고, 써머즈의 글이 가장 먼저 보이고, 엠팍 게시판에 누가 빌리진이랑 판박이라고 지적하는 글이 있다.

이 정도면 연예기자들은 뭐하는건지 궁금하다.
더불어 음악평론가들은 뭐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해진다.


5. 끝으로....

지드래곤이든, 배진렬이든, 승리군이든, 양군이든....
이건 정말 잭슨 형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빅뱅 노래 들으면서 환호하는 팬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 스트롱 베이비 REMIX (써머즈) http://blog.summerz.pe.kr/1363
: 빌리진 섞어찌개한 스트롱 베이비를 빌리진과 다시 한번 섞어찌개한 써머즈의 리믹스 버전과 그에 대한 단상들.





* michael jackson / billy(billie)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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