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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V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단상들

기억의 축제 - [집시의 시간]

2007. 3. 8. 10:41  |   영화/드라마 단상  |   키노씨

#. 이 글은 그저 단상입니다. 스포일러는 (전혀) 없습니다.




 

1.
누구나 몇 개의 순간들을 만난다. 그 순간들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순간들이다. 첫사랑의 기억처럼, 그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아이를 처음 본 그 순간, 그 희미한 초록 대문 앞에 따뜻한 햇빛들이 그 아이를 온통 감싸고, 시간이 정지하는 것 같은.. 그리고 세상이 온통 그 햇빛의 투명하고 따뜻한 노랑으로 채워지는 것 같았던 그 기억처럼..


2.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집시의 시간]을 본 건.. 아마도 내가 열심히 책을 읽고, 열심히 영화를 보던 그 때인 것 같다. 인터넷에서 그 우리나라 개봉시기를 찾아보니까, 93년이라고 나오던데.. 정말 오래되긴 했다. 종로 [코아아트홀]에서 봤던 것 같다. 물론 혼자서..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아무래도 내 기억이 맞다면, 혼자서, 그런데 [코아아트홀]이거나, 어쩌면 신사동 [씨네하우스]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자기만의 개인적인 영화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 그런 영화는 [집시의 시간]이거나 [시라노 드 벨주락]이거나 [포레스트 검프]거나 [열혈남아]거나 [중경삼림]이다.


그리고 [집시의 시간]은 언제나 엠비시 에프엠 영화음악과 함께, 그리고 무엇보다... [Ederlezi]란 음악과 함께 찾아온다.. 라디오에 편지나 엽서 '따위'를 보내는 건 정말 한심한 짓거리로 생각하던 나에게도 정말 정성껏 '편지'를 보낸 곳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에프엠 영화음악]이란 엠비시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거기엔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정은임의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다. 그건 정말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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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시간 [Dom Za Vesanje. Time of the Gypsies. 1989. 136분]
에밀 쿠스트리차




3.
[집시의 시간]은 아름다운 영화다.
[집시의 시간]은 아름다운 영화다. 그런데 그걸 아름다운 영화라고 말하면, 그건 정말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게 아름다운 영화라는 건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이 아는 거니까. 그 영화는 아름다운데, 그게 아름다운 건 거기에 비루한 현실과 그 비루한 현실을 모두 자신의 삶으로 껴앉는 낙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일테지만...


내 기억들, 눈 감으면 몰려오는 그 따뜻하고, 설레는 순간들로 여행하자면, [집시의 시간]을 보면서, 나는 어쩌면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거기엔 아픈 사람들이, 그 아픈 풍경들을 따스하게 만들기 위해, 포기하고, 희생하고, 그리고 그럼에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고 나는 찰떡처럼 믿고 있는 유머와 낙관의 끈을 놓지 않고, 환하게 웃고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평론가들은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말을 한다. 그건 참 정확한 말이긴 하다. 이 영화는 쿠스트리차의 전매특허인 마술같은 리얼리즘의 전형을 보여주는 영화인거다. 그런데 그건 모두 아는거니까..

그런데 나만의 목소리로, 나만의 풍경으로 이 영화를 채우기에는 내가 가진 언어들이 너무 가난해서.. 정말 이런 경우엔.. '나의 언어'는 너무 가난하다.. 내 마음을 모두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마음 속에 흐르는 공기들을 모두 숨쉴 수 있도록 풀어 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풍경들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아쉬워하기만 하는거다, 난.


4.
쓸쓸한 따스함이란 게 있다면, 그건 어떤 기억의 풍경들일테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그리고 웃으면서 울거나, 울면서 웃을 수 있다면, 아니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면, 그건 [Ederlezi]를 들으면서 나에게 항상 머물렀던, 그런데 내가 찾아가지는 않았던, 그 모든 기억들이, 그 의미들이 나에게 몰려오고 있기 때문일거다.

당신도 스피커의 볼룸을 조금 높이고.. 당신에게 머물었던 의미들이, 다시 당신에게 돌아오기 위해 귀향의 축제를 펼치는 그 아름답고, 슬프지만 따스한 행렬들을 눈을 감고, 맞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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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erlezi]

Same samala oro kelena
Oro kelena dive kenena


Sa o Roma
(Amaro dive, Amaro dive, Ederlezi Ej....)


Sa o Roma, babo, babo
Sa o Roma, babo, o daje
Sa o Roma, babo, babo
Ej, Ederlezi
Sa o Roma, daje


Sa o Roma babo, E bakren cinen
A me coro, dural besava
A a daje, amaro dive.
amaro dive ederlezi.


Edivado babo, amenge bakro.
Sa o Roma, babo. E bakren cinen.
Eeee.. , Sa o Roma babo babo, Sa o Roma babo daje.
Sa o Roma, babo babo, Ederlezi, Ederlezi, Sa o Roma daje.
Eeee.. , Sa o Roma babo babo
Sa o Roma daje, Sa o Roma, babo babo, Eeee..
 
Ederlezi, Ederlezi
Sa o Roma Daje..


호라 춤을 추는 우리는 모두 친구입니다.
호라 춤을 추면서 우린 그 날을 기념하지요.
모든 집시여, 우리 축제일인 에델레지가 되었어요.


모든 집시여, 노인들이여
모든 집시여, 오 어머니들이여..


모든 집시 노인들은 양을 마련하지요
불쌍한 나는 오랫동안 머물러 왔어요.


오 어머니들이여, 우리들의 축제일인 에델레지에
한 마리 양이 우리 부족에게로 끌려 왔고,
집시 노인들은 양을 준비합니다.





※ 별점

* 총평점 : ★★★★★ (다섯개 만점)

* 영화적 비전 : ★★★★1/2
* 대중 친화도 : ★★★1/2

* 비주얼 : ★★★★★
* 내러티브 : ★★★★

+ 음악 : ★★★★★
+ 연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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