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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혁처럼 되고 싶어요 - [하얀거탑] 단상

2007. 3. 11. 00:51  |   리뷰  |   키노씨

[하얀거탑]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라, 정치 드라마다.
'거탑'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관점을 유포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투사하는 시청자들은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그래, 가진 놈이 장땡이야'.
'그래, 폼나게 사는게 장땡이야'

그런데, 난 그걸 비난할 수 없다.

권력과 성취와 탐닉적이고 매혹적이며 표피적인 이미지들을 우리는 사랑하니까.
물신을 최고의 신으로 숭배하는 이 천박하게 사랑스런 자본주의의 욕망들에 우리는 이미 '포위'되었으니까.

그걸 그저 이슬똥 먹고, 구름 똥 싸는 산신령이라도 되는 듯이,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철학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흔히 '잘난 척'의 혐의가 덮어씌어질 수 있는거다. 그리고 그런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계몽'은 피부에 감촉되기 쉽지 않다. 거기에 어떤 깊이가, 그리고 어떤 매혹적인 일탈이, 거부가 없다면.

그리고 실상, 드라마의 이미지들은
장준혁의 성공과 성취의 드라마가 갖는 비도덕, 비윤리성, 철학 부재에 대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왜 그렇게 해석할 수 밖에 없냐면, 장준형의 상대방, 혹은 장준혁의 '짝패'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유약하기 짝이 없고, 또 순진한 인정에만 호소하고, 철없는 부잣집 딸래미의 투정 같은 이미지로 특징되기 때문이다. 보면서 좀 답답하기까지 하다. 물론 제작진의 의도는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권력은 권력으로 부정될 수 밖에 없다.
그게 슬프지만, 진실이다.

물론 중요한 건 그 권력의 풍경, 그 색깔와 방향이겠지만..
그런데 이제 권력 그 자체를 사람들은 탐닉한다.
혹은 그렇게 학습당한다.
혹은 이미 세상이 그렇다.

나는 예외야, 이런 사람 있다면, 그는 참 뻔뻔하거나, 가식적인 속물이거나, 갈등하지 않는 인간이다. 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럴 확률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예외가 아니다.
다만 난 장준혁처럼 되고 싶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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