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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진실 - [살인의 추억] 단상 1.

2007. 4. 11. 22:07  |   리뷰  |   키노씨

#. 요즘 케이블에 [살인의 추억]을 해주고 있네요. 오랜만에 다시 봤습니다. 역시나 걸작이네요. 그냥 뭐라도 좀 기억하고 싶어서요. 단상들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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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2003) 
한국. 드라마. 132 분. 개봉 2003.04.25

봉준호

송강호  :  박두만 역
김상경  :  서태윤 역
 
김뢰하  :  조용구 역
송재호  :  신동철 반장 역
변희봉  :  구희봉 반장 역
고서희  :  권귀옥 역
류태호  :  조병순 역
박노식  :  백광호 역
박해일  :  박현규 역
전미선  :  곽설영 역

각본 : 봉준호. 심성보

원작 : 김광림  [날 보러와요]
 
촬영 : 김형구  







뜨거운 진실 - [살인의 추억] 단상 1.



0.
백광호가 외친다.
"뜨겁다, 뜨겁다... "


이 영화는 진실에 관한 영화이며, 그 숨겨진 진실을 만삭처럼 잉태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어떤 지점, 어떤 순간들의 풍경에 대한 영화다. 진실을 알고 있는 자는 말이 없으며, 사라졌으며, 죽어버렸다.


이제 그것은 추억으로만 존재한다.


그 추억은
'죽음'에 관한 추억이며,
'살인'에 관한 추억이다.


1.
[살인의 추억]은 도식적인 표준들로는 분석할 수 없는 텍스트다.
송강호는 폭력에 찌들은 악질 형사이며, 그런데 한없이 푸근한 시골 아저씨이기도 하다. 인물들은 모두들 마치 정말 그 시간, 그 공간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노골적으로 진실한 캐릭터들이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진실하다.
그래서 그들은 노골적으로 모순적인 인간들이다.
그들은 단순히 선을 상징하지도, 그렇다고 악을 상징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 인물들은 그저 그 때 있었던 어떤 진실들, 그 진실의 흔적들, 그 모순의 흔적들을 어렴풋이 추억처럼 상징하고 있을 뿐이다. 


그 진실한 인물들은 그런데 알고 싶다.
그들이 알고 싶은 시대의 진실, 그것을 표상하는 건 한 시골 마을을 들끓게 하는 '살인'이다.


하지만 그 진실은 밝혀질 수 없는 진실이며, 아직도 그렇게 묻혀 있는 진실이다.

이건 정말 의미심장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누구도 알 수 없는 진실에 대해서 이 영화는 이야기한다.
그건 영화 속에서 주된 탐구 대상이 되지는 못하지만, 그저 희미한 배경처럼, 철갑차나 전두환 프랑카드 따위로 지나가 버린다. 



2. 모순을 짊어진 자.


인물 형상화에서 있어서 중심축은 물론 송강호와 김상경이다.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면서, 그런데 서로 닮아간다. 그걸 지켜보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이런 패턴은 이미 익숙하게 보아온 패턴이긴 하다.


나로선 그 두명의 주인공 못지 않게 흥미로운 인물이 김뢰하인데, 그는 그 시대의 모순을 모두 짊어진 자처럼 묘사된다.


그는 피의자를 예사로 폭행하고, 시위가 있을 때는 차출되서 대학생 시위대를 군홧발로 짓밟으며, 정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대학생 엠피에서 '때십'을 하는지를 궁금해 하는 인물이다.


나는 이런 무시무시한 캐릭터를 정말 본 적이 없다.
그는 마치 [박하사탕]의 설경구가 형상화한 그 캐릭터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캐릭터다.


다만 영화는 그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고, 또 그것을 관객들이 좋아하지도 않을 거다. 그건 개인적으론 몹시 아쉬운데, 그 캐릭터라면, 언제라도 다시 영화로 만들어져도 충분히 의미있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3.
[살인의 추억]은 그 시대의 아픔과 그 시대의 모순을 아주 우회적인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는 영화이며, 그 모순의 형상화를 인물들, 캐릭터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영화이다. 당신은 송강호이고, 김상경이면서, 또 김뢰하이다. 우리는 어쩌면 밝혀지지 않은 범인일 지도 모른다!


[살인의 추억]에서 '살인'은 처음부터 풀릴 수 없는 사건이며, 영화는 아프게, 그리고 정말 가슴 시리게, 하지만 저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숨막히는 정지의 시선으로 당신에게 질문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그것은 마치 그 시대를 통과한 자들에게는 영원히 풀릴 수 없는 저주, 또는 원죄인 것 같다...






※ 별점

* 총평점 : ★★★★★ (다섯개 만점)


* 영화적 비전 : ★★★★1/2
* 대중 친화도 : ★★★★★


* 비주얼 : ★★★★★
* 내러티브 : ★★★★★

* 연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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