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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소망의 축제 - [천하장사 마돈나] 프리뷰

2007. 4. 17. 13:01  |   프리뷰  |   키노씨

#. 스포일러의 불안을 고려합니다.  이 글은 발행하지 않고, 공개만 합니다. 원래 여기에 등록했던 글입니다. 거기있던 글은 지웁니다. 아주 살짝 추고했습니다.


이 영화는 광고처럼 뽀샤샤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감수성과 가장 가까운 영화는 놀랍게도 [가족의 탄생]
이다.


여기에 있는 건
어떤 놀라움도 어떤 쇼킹한 소재주의도 아니고, 뻔뻔스런 판타지도 아니다.
여기있는 건 그저 '살고 싶어 하는' 한 소년과 그 소년/혹은 소녀를 내리누르는 어떤 삶의 무게와 그것을 뛰어넘는, 뛰어넘고 싶어하는 소박한 희망이다.

이건 정말 의외의 경험이다.
거기에 어떤 놀라운 비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영화는 소년/소녀의 희망이 얼마나 깨지기 쉽고, 얼마나 쉽게 버림 받을 수 있는지를 굳이 대놓고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건 쉽게 깨지고, 쉽게 버림받을거다.
그 소녀/소년의 평범한 희망을 짓밟는 건 평범하고, 행복한 당신들일테다.
그건 우리들이다.
우리들이 원래 좀 잔인하잖아.
당신들도 아다시피...  


영 화는 있는 힘껏 그 소망을 붙들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거짓말인건 당신이 알고, 그 소망을 끈질기게 붙들고 있는 내가 알고, 그러니까 우리가 안다. 그리고 우리들의 무료한 일상과 그 쉬운 감상적인 습관들, 그리고 그 변덕과 사소한 것들에 대한 무관심이 안다.


여 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니 그저 여자이기를 바라는 소년이 천하장사가 되어 결국 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동화 속의 순진한 아이들을 영화가 기대하는 건 아니다. 이건 영화적인 이야기 장치에 불과하다. 그러니 영화는 그 반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마이너(여성으로 태어난 소년)가 마이너 경기(씨름)를 통해서 진짜 마이너(여자!)가 되기 위한 동화.
이건 역설적인 거짓말이며, 그런데 달콤한 판타지다.
하지만 그게 거짓인 건 변하지 않고,
영화는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 소년/소녀가 아프고, 꽤 많이 쓰릴 거라는 거..
그걸 영화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다만 그걸 까발겨서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렇게까지 잔인하진 못한 영화다, 이 영화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하장사 마돈나 (Like A Virgin, 2006) 
한국. 드라마 + 판타지.  116 분. 개봉 2006.08.31

이해영 이해준

류덕환  :  뚱보 소년 오동구 역
백윤식  :  씨름부 감독 역
김윤석  :  동구 부 역
이상아  :  동구 모 역
 
문세윤  :  덩치 1 역
이언  :  씨름부 주장 역
오윤홍  :  사장 부인 역





꺼져버려, 역겹다.
그게 차라리 솔직한 우리들이니까.
거기에 어떤 상처들이 개입하고, 또 그 상처들은 판타지로 피어난다.
상처들은 소망을 이끌어내고, 그 소망들은 정말 평범한 것들이다.
그게 기적인 사람들의 이야기.

그 바보같은 기적을 영화는 끝끝내 바라보고 있다.
영화는 소년의 평범한 꿈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얼마나 힘들고 억지스런 노력인줄 뻔히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소년/혹은 소녀의 가족들을 통해 아주 잔인하게 말한다.

그건 때론 따스함으로 피어나기도 하는 잔인함이지만,  
세상은 가족처럼 그렇진 않을거다.

가드 올려라.
안그러면 깨진다. 





※ 별점

* 총평점 : ★★★★ (다섯개 만점)

* 영화적 비전 : ★★★1/2
* 대중 친화도 : ★★★★1/2

* 비주얼 : ★★★1/2
* 내러티브 : ★★★★

* 연기 : ★★★★★ (특히 김윤석)





p.s.
1.  동구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김윤석은 그 상투적인 캐릭터에 놀랄만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정말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을 거다.

2. 시시한 단역으로 '오윤홍'이 등장하는데, [강원도의 힘] 이후로 그녀의 필모그라피는 정말 안타깝다.
왜 이런 단역으로 나왔을까? 캐스팅이 안되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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