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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게임 재개 - 유령들의 축구경기는 이제 그만하자.

2007. 9. 15. 20:21  |   영화/드라마 단상  |   키노씨
0. 일단...
 
나는 디워가 망하던 흥하던, 이제는 정말, 별 관심없다.
예전에는 심형래형아 고생도 많이 했는데(그렇게 들었는데) 성공하면 좋겠다, 뭐 이런 정도의 심정이었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홍보에 주력하는 모습보면서(물론 이해되지 않는 바 아니나) 좀 심하다싶기도 하고.. 암튼 그렇게 됐다.

그런데 왜 글은 쓰냐구?
다시는 안쓰려고 했는데, 여기 쓰면 읽는 사람 얼마나 되겠나 싶기도 하고.. 뭐, 그냥 주말 저녁이고, 외롭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쓴다.

그런데 솔직히 또 쥐뿔 생산성 없는 논란으로 디워게임이 재개될까봐 좀 우려되는 마음 없지 않다.

굳이 쓰는 '목적'이란게 있다면 그거다.


1. 디워 게임은 이제 그만.  

진중권에게 다소 실망했지만, 진중권 말쌈 중에서 내가 전폭적으로 동의한 부분이 있었다.

"영화는 운동경기가 아니고, 디워는 축구가 아니다."  

그런데 아직도 소위 '디빠'와 '디까'가 축구경기 중이다.
아주 활기차다.
폭주할 기미 농후하다.  
최소한 진중권의 의견에 (대체로) 동감한다는 쪽은 디워로 축구경기는 그만하자.
부탁드리는 바다.


2. 미국평론가

언제부터 미국평론가들 의견이 이토록 중요하게 취급되었는지 모르겠다. 디워가 (다수의) 평론가들 눈에 들지 않을 영화라는 건 다들 알지 않나? 개인적으로 이건 솔직히 큰 관심사항도 아니다.

그런데 누가누가 아주 혹평했다더라 열심히 인용하면서 '디빠들야 봤지?' 이러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영화는 운동경기가 아니라는 취지에 동감한다면 '인용'하면서 소식 전하는 것까지야 물론 환영하지만(그런 의미에서 http://extmovie.com/3439 이 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영화 정보 소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http://tangul.com/130 이 글도 재밌게 읽었다. : ), 몇몇 미국 평론가들을 소위 '디빠'라는 '가상의 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지는 않기를 바란다.

나는 디빠는 이제 점점 거의 실체없는 가상과 환상이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건 디빠를 공격하는 쪽에서 그렇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이는 물론 디까도 마찬가지다. 다시 미국개봉을 즈음애서 디까와 디빠가 서로만 옳다고 싸우면 이건 정말 유령들의 축구경기에 불과하다.

이제 가시돋힌 저주는 그만 접고, 맹목적인 응원도 이제는 좀 그만 두고, 논쟁을 하더라도 즐겁게, 서로 존중하면서 하자.


2. 미국평론가 2.

'거기' 있는 미국평론가들이 디워 쓰레기라고 하면, '여기'에서 재밌게 본 나도 '디워는 쓰레기다', 이래야 하는 거 아니다. 영화는 물론 시/공간의 한계에서 상대적으로 덜 제약받는 텍스트이긴 하지만(비유하자면 그건 그림책이니까). 여전히 그 한계는 있다. 텍스트는 당연히 그 텍스트를 둘러싼 맥락(콘텍스트)와 밀접하게 호응한다.

예전에 '라스트 액션 히어로'(존 맥티어넌)에 대해 정성일이 언급한 기억이 있다. 미국평론가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애들 영화'로 치부했는데, 그런데 이게 웬걸, '프랑스'에 갔더니 [포지티브]나 [까이에 뒤 시네마]와 같은 '고급 잡지'가 특집기사로 대대적으로 다뤘다고 하더라. '포스트모더니즘 액션'영화라고 해석했다나 뭐라나.

디워 두둔하려고 이런 소리 하는 거 아니다.
디워가 '라스트 액션 히어로'라는 소리도 아니고.
영화라는게 나만 좋으면 그만이고, 내가 싫으면 그만이지, 누가 누가 이랬더라, 이런 것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 전혀 없다는 거다.

물론 이게 축구게임이라면, 그래서 '응원'하는 놈 나오면, '저주'하는 놈 나오면 디워로 축구경기하는 '어떤 분들은' 반가운 기분은 들겠지만.. 그 마음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그걸로 다시 "디빠야 봤지?" 혹은 "디까야 봤지?" 이러면, 영화로 다시 운동경기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3. 디워, 이제 좀 쉬게 내삐두자.

소위 '예술'영화(나는 영화에 예술이라는 수식 붙이는 거 굉장히 싫어하지만, 영화는 이미 예술인데 이 무슨 불필요한 수식인지) 어떤 감독이 그러더만.
"제가 영화 하면서 가장 힘든 게 '저 작품 안 좋아'도 아니고 '1개관 개봉'도 아니에요. 저한테 가장 힘든 건 무관심이에요, 무관심.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것."
http://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431122&PAGE_CD=21
- [천호영의 문화초대석] <괜찮아, 울지마>의 민병훈 감독
디워 '응원'하는 분도, 디워 '까'는 분도 뭐, 모두 각자의 자유이긴 한데.. 그럴 시간에(나도 이럴 시간에..ㅡㅡ;; ) 관심에 목마른 영화 하나라도 더 보고, 그 영화가 당신에게(나에게) 의미있었다면 그 영화에 대해 쓰자.

디워는 이미 충분히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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