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21

영화 TV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단상들

극장의 적들

2007. 3. 30. 15:14  |   프리뷰  |   키노씨


#. 심심풀이 단상


1. 사정없이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러니 상체를 유난히 미사일 발사모드로 유지하는 번개머리, 파마머리, 생머리 가릴 것 없는 관객들. 바로 앞에 앉으면 정말 짜증 폭발이다. ㅡㅡ;


2. 휴대전화

1) 액정화면 밝기를 종종 확인하는 시간 강박자들.
2) 휴대전화를 진동상태로 유지하는 노골적인 뻔뻔이들. 그 진동은 거의 강진수준이다.
3) 심지어 전화 받는 인간들. :(


3. 소곤거리는 걸 멈추지 않는.. 연인들.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나.. ㅡㅡ;


4. 음료수, 과자, 팝콘.. 굳이 극장안으로 가져와서 부스럭 거리는 남녀노소들.. 특히 비닐소리.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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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액션 컨스피러시 드라마 2. - [프리즌 브레이크]와 [24]

2007. 3. 29. 09:30  |   TV/방송/광고  |   키노씨


#. 그냥 생각나는대로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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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필과 잭





 

스피드 액션 컨스피러시 드라마 2.
- [프리즌 브레이크]와 [24]






1. 표준들
가족 유사성 - 스피드. 액션. 컨스피러시.
기타


2. 스피드
[프리즌 브레이크](이하 '프리즌')은 완만한 곡선의 형태라면,
[24](이하 '24')는 비약하고, 질주하는 직선의 형태다.

'프리즌'이 석호필의 잔머리에 의지하는 스피드라면,
'24'는 잭의 의지와 분노에 의지하는 스피드다.

'24'가 훨씬 더 빠르다.
'24'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 심장박동 같은 초침소리는 속도에 무게를 더한다.


3. 액션
'프리즌'은 아기자기하고 포근하다. 
'24'는 차갑고, 무겁다.

'프리즌'은 여성적이다.
'24'는 남성적이다.
그건 석호필과 잭의 차이이기도 하다.

'프리즌'에선 주로 총만 등장하는데
'24'에선 (요즘은) 핵폭탄이 주로 등장한다. - -;


4. 컨스피러시

음모론의 한 가운데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의 배후에 거대 기업(?)이 있다.

'프리즌'이 '24'를 벤치마킹했을 것 같다는 추론이 가능할 듯.

'프리즌'은 인물 중심의 음모론이다.
'24'는 사건 중심의 음모론이다.

'프리즌'은 우연에 의지하고,
'24'는 구조적 모순에 의지한다.

'프리즌'은 인물을 중심으로 놓고 편집한다.
'24'는 사건의 분위기 그 자체를 중심으로 놓고 편집한다.

그래서 '프리즌'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시간과 공간을 분할하지만,
'24'는 에피소드에 빠진 그 '상황' 자체가 시간과 공간을 분할한다.


5. 기타 1 - 가족

'프리즌'은 가족이 힘이다.
'24'는 가족이 웬수다.


6. 기타 2 - 인물들
'프리즌'은 코믹 시트콤설정이다.
'24'는 부조리극에 가깝다. 


7. 기타 3 - 여자

모두 여자는 방해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녀들은 속도를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 

적극적으로 속도를 방해하는 여자는 죽는다.
죽어야 한다.

'프리즌'의 경우엔 그게 정말 심했다.
여권주의자가 '프리즌'을 분석했다면, 아주 심하게 욕했을 것 같다.

이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것.


p.s.

'24'에 대해선 나중에 본격적인 리뷰를 써볼 생각.



[관련글]

프리즌 브레이크 - 단상 1.
; 스피드 액션 컨스피러시 드라마
http://minocine.tistory.com/entry/PrisonBreak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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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관하여 - 화해를 위한 단상들

2007. 3. 28. 17:51  |   프리뷰  |   키노씨



#. 비도 오고 싱숭생숭해서.. 이 글은 예전에 썼던 글이고, 한겨레블로그에 공개했던 글입니다.
옮기는 것 뿐이에요. 사정이 있어서.
이 글 썼던 날도 비가 왔는데, 지금도 비가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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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야기



연애에 관하여 1 - 화해를 위한 단상들 



어떤 이웃블로거가 말했다.

그런 말이 있다.

여자와 남자가 싸우고 나서 남자는 자신의 잘못을 "잘못했다" 하면 다 끝나지만 여자는 그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고. 결국,  남자들은 "도대체 그래서 뭘 어쩌라구! 미안하다잖아!! " 가 되어버려 더 크게 싸우게 된다고.


여자는 남자에게 "잘못했다" 는 사과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결론을 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절차를 원하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낫게하고 위로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말을 하고 상대의 말을 듣고 그러면서 상처의 깊이를 조절하고 싶은 것이다. 돈많고 좋은차 타고 비싼 음식 사주고 목걸이 따위 사주는 남자가 멋있는게 아니다. 이건 사족이지만 어린 여자일 수록 나이많은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가 이게 아닌가 싶다. 그에게 나도 말하고 싶다.   아주 길고 길게 말을 건네고 내 말을 주의깊게 듣게 하고 또 그의 말을 듣고 싶다.


남자는 하루에 만 단어를 사용하고
여자는 하루에 이만 오천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니, 오늘 안에 해야할 이만 오천 단어를 다 사용해 보라. 내일 또 생긴다.


이 글은 위 글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쓰고 싶으니까 쓰는거다.
그게 어떤 글이 될는지는 나도 모른다.
내 마음은 알까?
쥐뿔.



0. 연애
연애는 정말 단순하다.
그런데 정말 복잡하다.
연애는 단순한 마음과 그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 스스로를 속이는 과정들이 만들어내는 복잡함 때문에 항상 신나고, 지겹다. 그게 신날 때는 스스로를 가장 잘 속였을 때고, 그게 지겨울 때는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가 문득 불쌍할 때다. 그건 이율배반의 가장 가까운 풍경들이다. 흔히 그렇다. 그러니까 싸우지.


1. 싸우기
나는 연애하면서 싸우는 걸 참 많이 했다.
그게 난 참 싫었다.
그건 정말 피곤했다.
아팠고, 지쳤으며, 쓰러졌다.
그건 정말 싫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이면 돌처럼 굳는다. 숨이 막히고, 멍해지는 거다. 그건 마음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정말 몸이 그렇다. 연애를 하면 마음이 다치는 게 아니라, 몸이 다친다. 몸은 그걸 다 기억한다. 어떤 순간들은 몸이 기억하고, 다시 마음이 전해준다. 몸과 마음, 그건 둘이면서 하나다.


2. 여자와 남자
난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본질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남자도 울고, 감상적이고, 또 순정이 있다.
그리고 싸우면 남자도 아픈거다.


시공간의 조건들, 현재에 도달한 그 역사적 풍경들, 그 관습들은 성역할의 차이를 만들어냈고, 그런데 그 관습들와 더불어 현재 시각, 상업주의는 욕망의 무수히 많은 역할들을 미세하게 창조했다. 나는 여자다. 실은 나는 남자다. 그러니까 나는 실은 여자면서, 남자다. 그러니까 나는 둘 모두이면서, 실은 잘 모른다. 나는 남자인 걸까? 어떤 때는 내가 (당연히) 남자니까 남자가 아니라, 남자라고 불려지는 어떤 역할들, 어떤 상품들의 소비를 통해서 '남자'가 되는 것 같다.


생식기, 외적 육체의 표징들은 본질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그저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지 않을까?
서서 오줌누는 것과 앉아서 오줌누는 차이.
그게 뭐, 대순가?
중요한 건 오줌을 눈다는 거다.


3. 센티멘탈리즘
나는 감상주의가 좋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감상주의자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솔직히 김수영은 정말 뛰어난 시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박인환에게 좀더 인간적인 애정을 느끼는 때도 있다. 물론 가끔이다. 우리가 항상 감상주의자는 아니니까.


4. 비극
[4월 이야기]를 보면, 한 여자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그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나온다. 가장 슬픈 장면이다. 나에겐... 세상에 그 장면보다 슬픈 장면은 없다. 난 정말 엉엉 울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난 알지만, 당신은 모르는 것.
당신이 상상해야 한다.
그건 뭘까?


그런데 당신은 아는데, 내가 모르는 것.
이제 내가 상상해야 할 순간이다.
그건 뭘까?


그건 자주 어긋나고, 드물게 만난다.
그런데 그건 어쩌면 다 가짜잖아.
난 그렇게 생각하는거다.


비극을 즐기는 건.. 참 우울한 일이다.
고독이, 가나초콜릿처럼 감미롭기만 한 건 아니니까..



5. 해피엔딩

쿤데라가 그랬다.

필연보다 매혹적인 건 우연이다.

우리들의 사랑이 잊을 수 없는 것이 되기 위해선
우리들의 사랑 위에 우연이 내려 앉아야 한다.
마치 성자 프란츠 폰 아시시의 어깨 위에 내려 앉은 저 비둘기처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해피엔딩을 맞는 건.. 우연을 선물 받은 몇몇의 일이다.
당신, 우연을 선물받았어?


자막이 올라가면.. 쓸쓸하고, 적막하고, 사정없이 메마른 극장 밖으로 우리는 나간다. 그래도 때론 극장 밖도 영화일 때가 있으니까.. 비둘기가 날아가고, 그 비둘기가 우연처럼 당신 소망 위에 내려 앉으면.. 그랬으면.. 참 좋겠어.



p.s.


비온다.
비오는구나.
난 비가 참 좋다.



* 이 글은 '발행'하지는 않고, 공개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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