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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V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단상들

포르노 코드로 본 [은하철도 999]

2007. 1. 24. 19:21  |   리뷰  |   키노씨

#1. 요즘 좀 많이 우울하네요.
커피와 캬라멜이 부족한 탓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꽤 많이 봤는데요.
저에게는 꽤 많은 위로가 된 영홥니다.
[은하철도 999]죠.
정말 추억의 걸작이네요.
중간 글(짧다/길다에서)입니다.
단편적인 인상들을 생각나는데로 적어봅니다.

# 2. 아참, 이 글은 스포일러의 불안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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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 은하철도 999 (1979) - 마지막 장면





포르노 코드로 본 [은하철도 999]







1. 메텔와 테츠로 - 외디프스 컴플렉스 혹은 근친상간의 유혹


나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잔상은 (우리나라 TV상영시 기억인데) 메텔이 옷 갈아 있는 모습이다. 검정 블래지어와 검정 빤스. 내가 최근에 본 극장판에 그 모습은 없었지만, 메텔이 샤워하는 모습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은하철도 999]는 노골적으로 여체를 신비화하고, 또 대상화한다(이건 비판의 의미라기 보다는 그냥 그렇다는 의미다). 그 정점에 메텔이 있다. 메텔이 주인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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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츠로와 메텔의 키스장면


메텔은 정말 신비로운 캐릭터인데, 극중 테츠로(우리나라 상영시 이름 '철이')의 보호자이고, 어쩌면 테츠로의 연인이면서, 또 동시에 테츠로의 엄마(메텔의 형상은 테츠로의 엄마모습과 동일하다)이기도 하다.


2. 테츠로의 엄마 박제 - 네크로필리아(Necrophillia)

시체애호증. 이건 좀 엽기적인데, 말 그대로 '하드 고어(hard gore. hard core가 아니라 gore )'다.

이런 장면과 설정이 있었다는게 나로선 좀 놀라웠는데, 테츠로의 엄마가 죽는 장면은 기억이 있었지만, 기계백작이 그 시체를 박제한 장면이 있었던 건 전혀 기억에 없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TV 상영시에는 잘랐던걸까? (뭐, 나도 너무 어릴적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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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백작의 정부(?) [박제사진 대신. 이것도 좀 쎄긴하지만.. --; ] 


엄마의 나체(시체)가 박제된 그걸 테츠로가 본다.

정말 난감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3. 왜소 콤플렉스와 서구형미인 선호증
이건 다수의 일본만화가 갖는 경향이긴 하지만, [은하철도 999]에도 이 경향은 노골적이다. 일본남자들은, 아니 동양남자들은 (서구인들과 비교하면)당연히 덩치가 작다. [은하철도 999]가 1979년작이니까, 뭐 그 땐 더 그런 왜소콤플렉스가 심했을 것 같기도 하고. 암튼 투명한 나체로 서빙하는(이건 좀 심하게 노골적이다) 클레아도 그렇고, 메텔은 말할 것도 없고, 여해적 에메랄다스(좀 이름이 웃기다)도 모두 쭉쭉빵빵(--;;)이다. 그런데 그녀들이 사랑하는 남자는 땅꼬마 데츠로와 데츠로와 쌍둥이로 닮은 어떤 사내(이름을 까먹었다. 하록선장의 친구이자 에메랄다스의 애인, 그리고 데츠로가 갖고 있는 총과 모자의 원래 주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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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 그 자체, 메텔


이런 비슷한 설정은 [요술공주 밍키]에도 나오는 것 같다. 밍키 아빠, 그 임금님과 여왕. 여자주인공들은 쭉쭉빵빵인데 말이지. [요술공주 밍키]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밍키 변신하는 모습은 정말 다시한번 꼭 보고 싶은 장면 중 하나이긴 하다.

암튼 일본만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런 설정은 신체적인 열등감을 극적으로 보상받는 '대리만족'의 차원이라고 쉽게 해석 가능할 것도 같다.


4. 서빙하는 나체 웨이트리스 - 클레아
정말 나체다. 좀 정확히 말하면,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기계인간이다. 그 클레아가 [은하철도 999]에서 테츠로와 메텔을 서빙한다.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클레아는 테츠로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도 마치는 순정파인데, 그러니까 자기보다 한참 어린 테츠로를 사랑하는 설정이다. 정말 테츠로는 복도 많다. (잠깐 생각나서 적는데, 일본문화상품들, 가령 '노르웨이의 숲' 같은 소설를 예로 들어도, 왜 그렇게 남자주인공들은 별 볼일도 없는데 여자등장인물들이 쉽게 쉽게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이거 다 내가 보기엔 남자들의 성적인 환상에 대한 배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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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아와 차장



5. 영원한 걸작, 은하철도 999
보면서는 쓸게 많을 것 같았는데, 적어보니 별거 없다. 이 글 제목은 좀 과한 것 같기도 하고(미끼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죄송).


나에게 [은하철도 999]는 정말 영원한 걸작이다.

[은하철도 999] 보면서 우울한 마음이 좀 위로가 되더라.


[은하철도 999]의 세계관은 정말 묘하다. 그 과격한 묘사들하며, 그 성적인 상징들의 교묘한 배치하며, 인간과 기계의 역전된 상황설정(대체적으로 대개의 문화콘텐츠들에서 인간-기계의 가치는 인간이 월등하게 우월한 것들이 대부분인데, 은하철도 999에선, 물론 궁극적으론 인간의 우월함을 견지하긴 하지만, 테츠로는 기계인간이 되고 싶어한다)하며... 정말 매력적이고, 전복적인 이미지들이 (지금 보면 좀 촌스런 그림이기도 하지만) 종합선물세트처럼 거기에 있다.


[은하철도 999]는 소년 테츠로의 통과제의, 테츠로의 어른되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건 아주 도식적인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한다. 그 골격은 정말 뻔하다. 다만 이토록 과감하게, 이토록 전복적인 이미지와 대반전을 준비한 매력적인 영화는, 앞으로도 쉽게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이 영화 그런데 벌써 거의 30년이 되어가는구나.


나중에 좀더 마음이 정리되면, 다시 보고, 좀 제대로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끝.




이하 노골적이고, 결정적인 스포일러입니다.
앞으로 극장판 [은하철도 999]를 보실 생각이 있는 분은 읽기 전에 심각히 고려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참조 링크

네크로필리아 http://juny.tistory.com/1753077
하드고어 http://terms.naver.com/item.php?d1id=7&docid=8710




* 이 글은 포르노 프로젝트[PP]의 번외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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