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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공인(公人)이다 - 성시경,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발언에 부쳐

2007. 11. 1. 13:13  |   TV/방송/광고  |   키노씨
0. 웹서핑하다가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읽었다.
가수 성시경이 지난 31일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고 한다.

"방송용 멘트와 마음 속 멘트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2002년 병역을 기피한 유승준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적인 선호도일 뿐이다. 국가가 직접 나서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시킨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 흥미로운 건 위 성시경의 발언도 발언이지만, 이 기사의 결론이다.
"연예인이라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는 성시경의 당당하고 솔직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 일간스포츠 최나영 기자

이게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일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론 정말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다지 신선하지도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

연예인은 당연히, 마땅히 공인이다. ㅡ..ㅡ;;
물론 이 때의 '연예인'은 비교적 많이 알려진 사회적인 영향력을 갖는 '인기' 연예인을 지칭한다.


1. 사전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

우선 '정의'는, "논의 대상을 보편화 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 또는 기호의 의미를 확실하게 규정한 문장" 정도의 의미로 파악해주면 좋겠다.

ㄱ. 사전적 정의

공인 [公人] : [명사]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

ㄴ. 사회적 정의

위 사전적인 정의 역시 '공인'에 대한 사회적 정의의 한 형태일테다.
다만 굳이 사회적 정의라고 구별한 이유는 '사회적 정의'란 사전적 정의와는 다르게 좀더 구체적인 '시/공간'의 조건들에 의해 그 의미가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의미가 실질적으로 '감촉'되고, '제도'와 부딪히며, '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의미를 지칭한다. 그것은 '실질적인' 의미인 셈이다. 그것은 메마른 사전적 정의에 생명을 부여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공적'에 대한 해석이다.
'공적(公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회적이란 의미이며, 사적(私的)이란 개념과 대립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공공'(사회성원와 그 사회의 제도, 관습)에 좀더 적극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서 '사적'이라는 말의 대립쌍으로 존재하는 말이다. 그것은 업무의 성격, 업무가 갖는 공적인 중요성, 그리고 그 업무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의미부여인 셈이다.


2. 연예인은 왜 공인인가?

그러니 연예인이 공인이 아니라면, 사인(私人)이어야 하는데, 물론 어떤 공인들도 공적인 영역에서는 공인의 신분으로, 사적인 영역에서는 사인의 신분으로 달리 판단되고, 그것이 당연히지만, 연예인은 그 업무의 성격,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잣대로 판단건대, 마땅히 공인이고, 공인일 수 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공인은 그 공인이 행하는 업무의 성격, 그 공적인 중요성, 혹은 그 사회적인 영향력의 차원에서 '공적'인가 아닌가를 구별해야 한다고 나는 말했는데, 연예인이 사회에 미치는 그 영향력, 특히 그 사회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정신영역, 그러니 문화적인 영역에서 차지하는 실질적인 의미를 생각건대, 연예인은 마땅히 공인이다.


3. 유승준과 관련 발언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공적 영향력과 사회적 관심을 통해 거대한 '물질적인 대가'를 부여받는 연예인이 그런 '혜택'을 부여한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언하는 바를 나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지상파에서 '막말'하는 것에 대해선 단연코 반대한다.

동료 연예인을 옹호하기 위해 '할 말은 해야겠다'는 성시경의 발언은 그야말로 공인의 사회적인 책무에 대한, 그 자신의 사회적인 영향력에 대한 반성적인 고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정말이지 무책임한 발언에 불과하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그 의미에 대한 정말 심각한 혼동을 보여주고 있다.

A. 사인(私人) 유승준에 대한 호불호는 성시경의 말처럼 개인적인 것에 불과하다.

B. 다만 공인(公人) 유승준, 병역을 기피한 어떤 스타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 혹은 '국가공권력의 개입'은 개인적인 호불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영역이다. 그건 당연히 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문제다.

"국가가 개입한 것이 잘못"이라구?
유승준 입국금지는 어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마땅히 규범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적인 의무'에 대한 '사회성원'과 '국가권력'의 권위적인 판단이다(여기서 '권위'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것이 전혀 아니다). 이건 마땅히 사인이 아니라, 공적인 권위와 권력이 개입해야 마땅한 영역이다. 이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거나, 혹은 북한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좀더 심화된 관련문제와도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다.


4. 결

연예인은 공인이지만, 사인으로서의 사생활이 있으며, 그런 사생활은 마땅히 그 사회가 존중할 필요가 있을테다(물론 사인의 사생활과 비교해서, 사회는 공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알권리'의 차원에서 이를 제한하고, 또 그것이 사법부의 판단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이슈가 된 '박철 - 옥소리' 이혼 관련 보도에서 나타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접근방식에 나는 반대한다. 아무리 공인이더라도 '가정사'는 존중되기를 바라니까. 다만 이 문제 역시 그 사회가 고민해야 하는 '사회윤리의 문제'를 그 '공인의 사생활'을 통해 반성적으로 사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그 공인들이 부여하고 있다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물론 그것이 그 사회가 좀더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 반성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고 이야기되지 않고, 그저 가십으로, 한국식 성규범에 의한 일방적인 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몹시 안타깝지만.

다만 성시경의 발언, 특히 유승준에 대한 발언은 위와 같은 '연예인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발언이 전혀 아니고, '공인 유승준의 공적인 영역(그것도 현실적으론 국가와 사회 유지의 근간이 되는 국방의 의무에 대한 지극히 공적이고, 사회적인 영역)에 대한 발언이다. 그리고 그 발언은 한마디로 무개념의 극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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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예외적으로 민노씨.네에 동시등록합니다.
물론 메타사이트로의 발행은 각각 하나의 글에 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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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버디무비, 어설픈 로드무비, 어설픈 코미디, 어설픈 사회비판 - 쏜다 (2007) 프리뷰

2007. 10. 24. 06:19  |   리뷰  |   키노씨
#. 이 글은 프리뷰입니다. 당연히 스포일러의 불안을 고려합니다.

0. [델마와 루이스]의 대한민국 버전이면서 남자 버전이랄까.. 뭐 그런 느낌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버디 무비면서, 또 로드무비다. 물론 로드무비치곤 그다지 많은 곳을 여행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이 영화를 보자니, 박중훈의 [총잡이]도 생각나고, 최근 영화로는 [야수]의 이미지도 얼핏 떠오른다. 물론 가장 지배적인 분위기는 역시나 [델마와 루이스]이긴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쏜다 (Big Bang, 박정우. 2007)     
한국 / 로드무비. 버디무비 /  118 분  / 개봉 2007.03.14
   
감우성(박만수)
김수로(양철곤)
강성진(마동철)




1. 386에 대한 야유도 살짝 있다. 386에 대한 가장 세련된 야유는 [음란서생]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그건 아주 은유적인 방식으로 형상화되서 발견하기가 좀 힘들긴 하지만. 이 영화에는 상투적인 정치 비판의 제스처도 있기는 하다. 물론 성공적이지는 못하다. 말 그대로 상투적이다. 세상을 비판하는 사설 읽는 그 이상의 느낌을 주지 못한다. 썩 괜찮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너무 틈이 많달까. 전체적으론 꽤 아쉽다. 이 아쉬움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아쉬움이다.

2.  무엇보다 일탈 혹은 폭주에 대한 설득력이 너무 부족하다.
마틴 스콜세지가 강조하는 것처럼 영화 자체가 교훈적(정치적)인 것은 상관없지만, 그 메시지를 '대사'를 통해 반복하면 그건 정말 반영화적인 영화작법이다. 이건 마르쿠제도 중요하게 지적한 예술적 표현양식에 대한, 나로선 매우 공감하는, 가설이다. 이런 지적은 뤼시엥 골드만도 동일하게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메시지는 그 메시지가 스며들어 있는 '형식'을 통해, 미학적 '스타일'을 통해 (쉽게 말해)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것이지, 그 메시지 자체로(대사로 ㅡㅡ; ) 전달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혹 그렇게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생명력과 "잠재적 에너지"이란 쉽게 휘발되어 버리고 만다. 우리가 초중고를 거치며 항상 들어왔던 '조회'시간의 훈례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대개는 이런 이유일테다.

4. 인물들의 정치적 포지션은 흥미롭지만, 역시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행정고시를 강요하는 주인공 아버지는 너무 희미한 외디푸스적 억압으로만 암시되고, 혹은 다른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설명'되고... 뜬금없이 마지막에 다시 '목소리'로 등장하는 식이다.

5. 영화가 전적으로 무겁거나 혹은 전적으로 가벼울 필요는 없고, 얼마든지 심각한 가운데서도 유머가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쏜다]의 경우엔 전체적인 조율에 실패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테다. 특히나 각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행위의 동기가 결정적으로 부족하고, 각각의 정치적, 상징적 포지션에 기계적으로 대입된 느낌이 강하다.

6. 사족

ㄱ. 레이싱 설정은 좀 골 때린다.
굳이 제작비 아깝게, 그럼에도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못한 이 설정은 없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굉장히 뜬금없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든다.
여기에 대해서는 설득력도 굉장히 부족하고, 상대역의 반응도 너무 상투적이고 재미없다.
거기에 시각적으로도 그다지 쾌감을 주지는 못한다.

ㄴ. 강성진이 연기한 캐릭터는 비현실적인 뿐더러, 그 비현실성이 갖는 쾌감도 전혀 없고, 그런 문제 형사가 이렇게 큰 사건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것도 좀 황당하고, 암튼 그렇다. 정말 왜 나왔는지 모를  인물이랄까... 그리고 강성진의 상투적인 연기도 꽤 아쉽다.

ㄷ. 감우성과 김수로에 대해선 굳이 논평을 생략해도 좋을 만한, 그럭저럭한 연기를, 예상 '충분히' 가능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건 좀 비판적인 어감으로 읽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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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강박증 - [리턴](2007) 단상들

2007. 10. 23. 07:09  |   리뷰  |   키노씨
#. 스포일러 없습니다. 주로 극중 인물들(특히 연기자들)에 대한 단상들을 기록합니다.


0. [리턴]은 꽤 잘 짜여진 것 같다는 '착각'을 들게 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실은 별로 그렇진 않다. 물론 착각이 아닐 수도 있다. 명확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썩 잘 짜여진 것 같은데 왠지 허무하달까, 그런 느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리턴 (이규만. 2007)      
한국  /  미스터리 스릴러, 미스터리  /  113 분  /  개봉 2007.08.08

김명민(류재우)
유준상(강욱환)
김태우(오치훈)
정유석(장석호)

김유미(서희진)
김뢰하(이명석)


1. 요즘 영화들을 보면 반전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샤말란표 반전영화, 가령 나로선 최고 걸작으로 생각하는 [언브레이커블]에서의 반전이나, 혹은 [빌리지]의 반전은 [리턴]의 반전과는 좀 다르다. 그 다름은 물론 내러티브의 완결성이라는 차원에서 '느껴지는' 차이랄까, 내적 설득력의 차원에서 파생하는 차이랄까... 뭐, 그런 감으로 느껴지는 그런거다.

샤말란에 대해서 좀더 말하면, [사인]이나 [식스센스]도 매우 뛰어난 영화이긴 하지만, [레이디 인 더 워터] 같은 억지스런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레이디 인 더 워터]를 썩 좋아하긴 한다.


2. [리턴]으로 돌아가면 [리턴]의 음향효과나 동시녹음 상태, 그리고 음악은 정말 꽤 열심히 짜증난다.
썩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한 몰입,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과장되어 있다.
너무 커서 대사가 안들리는 지경이다.
정말 짜증스러웠다.


3. 김명민의 이미지는 당연히 [하얀거탑]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 연상작용의 장점은 그다지 크지 않고, 그렇다고 역설적인 효과를 노린 것 같지도 않다.
[하얀거탑]에서의 김명민 이미지를 영화적 재미(?)로 활용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순둥이 김명민은 어쩐지 좀 어색하다.


4. 그런 점에서 김태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반대로, 그러니까 김명민과 똑같은 의미에서 어색하다.
김태우는 전형적인 순둥이 이미지 아닌가. 나름으로 열심히 하긴 하지만 ㅡㅡ;;
뭐랄까 역시나 김태우라는 배우가 가장 어울리는 영화는 [버스, 정류장]이나 [해변의 여인] 같은 영화들이지 않나 싶다.


5. 김뢰하는 처음에는 특별출연인줄 알았다.
그런데 엔드크레딧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
김뢰하라는 배우의 전형적인 캐릭터성을 상투적으로 빌려온 방식인데 이 점은 좀 아쉽다.

김뢰하는 좀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계속 그 이미지에 머물고 있는지... 좀 안타깝다.
[달콤한 인생]을 떠올려봐도 김뢰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상투적으로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감독들이 김뢰하를 상투적으로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6. 유준상과 정유석은 그럭저럭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유석은 언젠가 '재발견'될 수도 있는 배우라는 생각도 얼핏 든다.
유준상도 캐릭터와 썩 잘 어울린다.


7. 김유미는 솔직히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배우다.
역시나 밍밍하고 무게감 없는 지겹게 상투적인 인물을 맡았고, 또 그런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8. 이 영화는 컨셉영화고, 또 장르영화다. 여기에는 어떤 철학적인 고민도 영화적인 비전에 대한 야심도 없다. 다만 썩 즐길만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감독의 차기작은 그럭저럭 기대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시나리오 작법 실력을 고려하면 상당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물론 이현진-궁녀의 시나리오에도 참여했더라-의 실력인지도 모르지만).



*총평점 : ★★★

*영화적 비전 : ★★1/2
*대중친화도 : ★★★

*내러티브 : ★★★
*비주얼: ★★★1/2

*음향/음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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